팀이 절체절명 위기에 빠진 순간. 이들의 집중력이 살아났다.
삼성 라이온즈는 1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1대3으로 패했다. 그냥 패배가 아니었다. 이날 삼성 타선은 두산 선발 투수 조쉬 린드블럼에게 틀어막혀 단 1점을 내는데 그쳤다.
잘못하면 대기록을 헌납할 뻔 했다. 삼성은 7회초 2아웃까지 20명의 타자들이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안타도, 볼넷도, 사구도 심지어 실책도 없었다. 누구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KBO리그 역대 퍼펙트 게임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노히트 노런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페이스였다. 노히트 노런은 올 시즌 삼성의 덱 맥과이어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7회초 2아웃에 믿기 힘든 홈런이 나왔다. 앞선 두 타자가 모두 땅볼로 물러난 상황에서 구자욱은 린드블럼과 침착한 승부를 했다. 2B에서 3구째 파울 타구를 기록했고, 4구째 커터를 공략했다. 타구는 힘차게 오른쪽 담장을 향해 날아갔다. 워낙 큰 타구였기 때문에 맞자마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구자욱의 시즌 4호 홈런이자 린드블럼의 퍼펙트 행진을 막는 귀중한 '한 방'이었다.
핵심 장면은 앞선 4회초에도 한 차례 나왔었다. 선두타자로 나섰던 박해민이 무려 13구 끈질긴 접전을 펼쳤다. 2B1S에서 시작한 박해민은 6번 연속 파울 타구를 기록한 후 10구째 볼을 골라내 기어이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도 파울 2차례를 더 기록하며 원하는 공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쉽게 13구째 친 타구가 2루수 땅볼이 되면서 출루에는 실패했지만 린드블럼의 투구수가 급격히 불어난 순간이다.
박해민에게만 13개의 공을 던지면서 린드블럼은 퍼펙트 행진을 펼치는 상황에서도 투구수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팀 타선이 전체적으로 막혀있을 때는 이런 1구,1구에 대한 끈기가 흐름을 바꿔놓기도 한다.
만약 삼성이 이날 린드블럼에게 대기록을 내줬다면 팀 분위기는 가라앉았을 것이다. 전날(14일) 경기에서도 연장 접전 끝에 두산을 꺾었던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침체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으로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거부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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