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돌이켜보면 야구장 출근길이 즐거웠던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작년 여름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이런 말을 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하하 웃었다. 만약 성적이 좋지 못한 팀의 감독이 그렇게 이야기를 했으면 절대 웃음 소리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두산은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결국 2위와 14.5경기 차로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했다.
감독이 되자마자 그 해(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듬해 통합 우승.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누군가는 다가가 보지도 못했던 우승과 김태형 감독은 늘 가까운 사이였다. 2015년 정규 시즌 79승, 2016년 93승, 2017년 82승, 2018년 93승으로 두 차례나 역대 한 시즌 팀 최다승(93승) 기록을 쓴 두산은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김 감독은 7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 연장 12회말 오재일의 끝내기 홈런으로 1승을 추가하며 개인 통산 400승을 채웠다. 역대 최소 경기 기록이다.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류중일 현 LG 트윈스 감독이 666경기만에 기록한 400승을 662경기만에 달성, 4경기를 앞당겼다.
재능있는 선수들과 잘 풀리는 야구. 누군가는 '행운'이라 표현 할지라도 김태형 감독은 그동안 다른 지도자들이 부러워 할 만한 길을 걸어왔다. 프로에서 좋은 성적 이상의 결과물이 있을까. 하지만 그런 그도 "야구장 출근길은 늘 즐겁지 않더라"고 했다. 감독 자리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을 뜻한다. 극적인 역전승의 기쁨도, 한국시리즈 우승의 짜릿함도 하루가 지나면 잊혀지고 또 다음 경기,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감독의 숙명이다.
김태형 감독은 자기 홍보나 사사로운 이야기는 굳이 찾아 말하지 않는 편이다. 그동안 미디어와 가까운 스타일도 아니었다. 표현이 투박하다보니 오해도 받는다. 대신 드러내놓고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현재 팀을 이끄는 그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기도 하다. 두산이 유독 승부처에서 '강팀 DNA'를 드러내는 이유 중 하나는 선수들의 합주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감독의 리더십이었다.
올해는 확실히 그동안과는 다른 어려움이 있다. 2위인 두산은 1위 SK와 7경기 차까지 벌어져 있는 상태다. 단숨에 따라잡기 힘든 격차다. 두산은 몇 년째 대형 외부 영입 없이 자생력으로 팀을 꾸려왔다. 그동안 김현수 민병헌 양의지 등 핵심 선수 여럿이 팀을 떠났다. 김태형 감독은 떠나간 선수들의 빈 자리를 두고두고 아쉬워하기 보다 남아있는 선수들을 격려하는 방법을 택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에 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동안 결과가 워낙 좋았고,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이 기본값이라 부담이 더 크다.
또 '재계약'이라는 변수도 걸려있다. 첫 부임 당시 2년 계약을 했던 김태형 감독은 2016년 시즌 도중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올해가 5번째 시즌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로 봤을 때 재계약이 유력하지만, 모든 것은 시즌 종료 후 결정될 확률이 크다. 단순히 올해 성적 뿐만 아니라, 재계약을 염두에 둔 청사진을 그리더라도 이번 시즌을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하느냐는 무척 중요하다. 진짜 승부수를 던지게 될 후반기. 김태형 감독과 두산은 함께 웃을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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