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벤투호 태극전사들이 15일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펼쳐진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북한 선수들과 혈투 끝에 0대0으로 비겼다. 골도 없고, 팬도 없고, 취재진도 없고, 생중계도 없는, 말 그대로 '깜깜이' 축구였다. 영국 BBC는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남북 더비'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또다른 외신은 '한국 팬들이 어둠속에 버려졌다'고 썼다.
지난달 레바논과의 월드컵 예선전 때 4만 관중이 운집했다던데, 그 많던 평양 축구 팬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한수위 한국축구에 대한 불안감이든, 월드클래스 손흥민에 대한 경계심이든 어쨌든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국내 미디어도 외신도, 생중계도 허용되지 않은 상황, 취재진은 축구협회가 대표팀 매니저를 통해 보내오는 한줄 문자(경고, 교체, 하프타임, 추가시간)에 시시각각 촉각을 곤두세웠고, 한국 축구팬들은 평양발 한줄 속보에 안달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오후 7시24분경 0대0 무승부 소식이 평양에서 타전됐다.
경기 직후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파울루 벤투 감독의 공식기자회견 소식은 대한축구협회 미디어 담당관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호텔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벤투 감독은 "주심이 경기를 자주 끊으면서 중단된 시간이 많아 평상시 경기와 다르게 전개됐다"고 말했다. 심판이 지배한 경기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날 후반 시작과 함께 북한 리은철이 옐로카드를 받았고, 후반 10분과 후반 17분 한국 센터백 김영권, 김민재가 잇달아 옐로카드를 받아들었다. 벤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축구연맹(AFC)도 '카타르인 주심 압둘라흐만 알 자심이 양팀 골키퍼보다 바빴다'고 썼다.
오후 9시가 넘어서면서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현장 사진 10여 장이 업로드됐다. 북한 당국이 통일부를 통해 경기 DVD를 전달하기로 했다고 하나, 아직 방송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북한의 '깜깜이' 축구로 인해 어둠속에 버려진 팬들을 위해 아쉬운 대로 현장발 KFA 사진을 모두 모아 평양 원정 90분 혈투를 재구성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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