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과연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는 세계구급 대회를 운영할 수준이 되는 단체일까.
한국-캐나다전에서 빚어진 해프닝이 또 한 번 WBSC의 능력을 의심케 하고 있다.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2019 프리미어12 예선 C조 2차전에서 경기 도중 심판이 파울 타구에 맞은 뒤, 대기심을 구하지 못해 3심으로 경기를 운영하다 부랴부랴 경기 운영 관계자를 심판으로 투입하는 촌극을 빚었다. '야구 월드컵'을 표방하면서 야구의 국제화를 주도하겠다는 야심찬 명분으로 출발한 대회임에도 관련 규정 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민낱이 드러나면서 아구 관계자들을 한숨 짓게 만들었다.
논란의 장면은 2회초에 벌어졌다. 니카라과 출신의 자이로 멘도사 주심이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캐나다 선발 투수 로버트 자스트리즈니와 맞선 양의지(NC 다이노스)의 파울 타구에 마스크 밑부분을 강타 당했다. 멘도사 주심은 타구에 맞은 뒤 뒤로 물러났고, 경기가 한동안 중단됐다. 상태를 점검한 뒤 다시 경기를 속개했지만, 결국 2회초를 마무리 지은 뒤 더 이상 경기 진행이 어렵다는 의사를 표했다.
문제는 이후 대응이었다. 당연히 멘도사 주심의 역할을 이어 받을 것으로 보였던 대기심이 나타나지 않았다. 2회말 수비를 준비하던 투수 김광현(SK 와이번스)을 비롯해 한국 선수들은 영문을 모른 채 그라운드를 서성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양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물러난 가운데 WBSC 관계자가 양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WBSC를 현장 지원 중인 KBO는 "대기심 준비가 필요해 심판위원회, 기술위원회 상의 하에 2회말만 3심제로 소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1분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은 2루심이 없는 가운데 진행된 2회말 수비에서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잡으면서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대기심은 3회초가 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2루심으로 급히 투입된 심판은 당초 이날 그라운드 진행과는 관련이 없었다. KBO 관계자는 "프리미어12에 대기심 관련 규정은 없다. 1명의 주심과 3명의 루심, 심판 자격이 있는 클락(시계) 오퍼레이터(CO)와 비디오판독원 각각 1명씩 총 6명이 경기를 담당한다"고 전했다. 멘도사 주심을 대신해 투입된 심판은 이날 CO를 맡은 대만 출신 인원이었다.
WBSC의 아마추어 행정에 대한 우려는 대회 첫 날부터 불거졌다. 출입증 사전 신청을 받아놓고도 명단이 누락되는가 하면, 각종 실무 진행에서도 미숙함을 드러내면서 최고 권위의 야구 대회라는 타이틀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WBSC를 돕기 위해 현장에 나온 KBO 관계자들의 도움이 없다면 정상적인 대회 진행 조차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행정 뿐만 아니라 실제 경기 운영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낸 WBSC의 역량은 한숨을 자아내고 있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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