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15골 이상 넣게 해주신다는 감독님 말에 혹했죠."
올 겨울 경남FC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황태자' 이정협(30)은 이타적인 선수다. 그는 스스로 "내가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내 도움으로 동료들이 득점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스트라이커인 만큼 골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남의 전지훈련지인 통영에서 만난 이정협은 "내 커리어하이가 13골이다. 감독님이 올해는 15골 이상 넣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다고 하셨다. 그 말에 혹해서 경남 이적을 택했다"고 웃었다.
이정협의 거취는 올 겨울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정협은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불렸다. 1부리그 팀들도 '국대 공격수' 이정협을 지켜봤다. 이정협의 선택은 경남이었다. 막판 경남과 원소속팀 부산 아이파크 간의 경쟁이 치열했다. 경남행으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부산은 적극적 오퍼를 보냈다. 이정협은 "사실 작년 여름부터 타팀 이적 보다는 부산 잔류를 염두에 뒀었다. 대리인에게도 그렇게 말을 했다"며 "그런데 재계약 이야기가 없더라. 조금은 섭섭한 감정도 있었다. 하지만 막판 나를 잔류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구단의 모습에 감사했다. 아쉽게도 그 전에 모든 상황이 진행되던 순간, 부산의 제안이 왔다. 경남에 번복의 말을 하기가 죄송스러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정협의 마음을 잡은 것은 설기현 감독의 적극적인 러브콜이었다. 이정협은 "감독님께서 직접 전화를 하셔서 계획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다. 그런 부분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고 했다. 설기현식 축구도 끌렸다. 이정협은 "주위에서 내 스타일이 설 감독식 축구에 잘 맞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한번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아직 얼마되지는 않았지만 경남 생활은 벌써부터 만족스럽다. 이정협은 "빠르게 적응이 된 것 같다"며 "며칠 되지 않았지만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참 열정적이다. 특히 감독님의 전술이 인상적이다.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축구다. 공격수인 나에게는 참 좋은 전술인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다행히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2선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많은 움직임으로 기회를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 결혼을 한 이정협에게 올 시즌이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14일 첫째 민우가 태어났다. 이정협은 "이제 아빠가 됐다.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형들이 아이가 생기고, 동기부여가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많이 봤는데 진짜 그렇더라"고 했다. 이어 "새로운 '분유캄프'로 불렸으면 좋겠다"며 웃은 이정협은 "민우가 커서 내가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 아빠가 축구선수였다는걸 기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뛰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경남에 온 만큼 목표는 '승격'이다. 이정협은 "정말 쉬운 팀이 하나도 없다. 안일하게 해서는 어느 한 팀 이기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초반부터 모든 힘을 다 쏟아야 한다. 승점 1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승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 개인 목표는 그 다음이다. 대표팀 욕심은 항상 있지만, 일단 좋은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팀이 원하는 색깔에 잘 녹아들어서, 팀 플레이에 맞춰 승격하는 게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영=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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