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3일 조원태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가 취임했다. 당시 조 총재가 제시했던 방향성은 남자프로배구 제8구단 창단 타이틀 스폰서를 비롯한 KOVO 재정 확충 유소년 배구 인프라 구축 등 배구 생태계 구성 심판 교육 시스템 강화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국제경쟁력 향상과 대한배구협회와의 소통 등 크게 다섯 가지였다. 이후 조 총재는 지난해 2월 28일 연임에 성공했고, 2023년까지 KOVO 수장직을 맡게 됐다.
조 총재의 첫 임기 내 프로배구 인기는 수직상승했다. 동계스포츠만 놓고보면 압도적인 1위다. 시청률은 국내 최고의 인기종목인 프로야구와도 맞먹을 정도다. 분명 잘 이끌어오고 있는 건 맞다. 다만 디테일에서 아쉬움이 보인다. 국제경쟁력 부분에선 후퇴하고 있는 모습이다. 흥행과 구단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기술위원회를 거쳐 시행하고 있는 판정 가이드라인 완화, 일명 '로컬룰'이라고 하는 부분이 발목을 잡고 있다.
사실 이번 우리카드-한국전력전에서 발생된 '포지션 폴트' 논란은 촌극이 아닐 수 없다. 2018~2019시즌부터 후위에 있는 세터들의 전위 포지션 세팅을 원활하게 돕기 위해 판정 가이드라인을 완화했다. 그러나 심판들이 너무 느슨하게 적용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국제심판 출신 김건태 KOVO 경기운영본부장도 지난 26일 포지션 폴트 논란에 대한 언론사 설명회에서 "반치 아닌 반칙"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2016년 KOVO 심판위원장을 마친 뒤 배구판을 떠나있었는데 경기운영본부장으로 다시 돌아오기 전에 국제배구연맹(FIVB) 규칙과 정면충돌되는 판정 가이드라인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완화된 판정 가이드라인에는 캐치볼, 일명 더블 콘택트도 포함된다.
사실 이번 포지션 폴트 논란은 특정 심판, KOVO만 비난하긴 힘들다. 구단, 감독들도 논란을 키운 장본인이다. 남녀 13개구단 감독들은 기술위원회에서 판정 가이드라인 완화에 합의했다. 감독들이 제안한 것도 있고, KOVO에서 흥행을 위해 제안한 것도 있다. 때문에 이사회를 통해 판정 가이드라인을 완화한 KOVO만의 잘못은 아니다. 무엇보다 완화된 틈새를 공략하는 구단과 감독들에게도 책임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다. 류근강 심판 실장도 "포지션 폴트에 대한 판정 가이드라인 완화가 되면서 일부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판정 가이드라인 완화는 지난 26일 흥국생명-GS칼텍스전에서 논란이 된 '배구여제' 김연경이 이해할 수 없다는 규칙과 다른 것이다. 블로커 터치아웃은 비디오판독 제도 도입 이후 판독 가능 범위 내에 있는 플레이다. 무엇보다 비디오판독이 요청되면 그것을 뛰어넘을 있는 판정은 없다. "이해가 안간다"며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한 김연경이 규칙 공부를 좀 더 했어야 하는 부분이다.
다시 포지션 폴트 논란으로 돌아와 김건태 경기운영본부장의 설명 중 안타깝게 들렸던 건 '영향력'이다. 프로배구 경기는 팬 뿐만 아니라 미래 배구선수를 꿈꾸는 유소년들과 이들을 지도하는 지도자들이 시청한다. 헌데 국제대회에서 활용할 수 없는 규칙들이 V리그에 적용되고, 심판도, 구단도, 팬도 모두 헷갈리는 규칙이라면 재논의돼야 한다. 다만 아직 시즌 중이기 때문에 재논의는 2020~2021시즌이 끝난 뒤 하는 것이 맞다. "이번 우리카드에서 제기한 한국전력의 세 차례 포지션 폴트는 모두 오심이 맞다. 다만 아쉬운 건 프로배구 경기를 초중고교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보고 있다. 이런 가이드라인은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무엇보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몸이 반응하게 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재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김 본부장의 설명에 격하게 공감한 부분이었다.
스포츠콘텐츠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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