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남자가 축구를 하다 갑자기 주저앉아 급하게 내원했다. 환자는 "공을 따라 전력 질주하는 데 다리에서 '퍽' 소리가 나면서 그대로 무릎이 꺾여 주저앉았다"고 했다. 십자인대가 끊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검사를 해보니 예상대로 십자인대 중 전방 십자인대가 끊어져 있었다.
십자인대는 무릎 관절 안에서 서로 엑스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2개의 인대로 무릎 관절을 앞쪽과 뒤쪽에서 탄탄하게 잡아주어 관절이 불안정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해준다. 이러한 십자인대가 끊어지면 걸어가다 휘청하거나 주저앉게 된다. '툭'하고 인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나기도 하며, 통증과 부종이 생기기도 한다.
십자인대 중 무릎 앞쪽에 위치한 전방 십자인대는 축구, 농구, 스키 등의 격렬한 운동을 하다 끊어지기 쉬운데, 과거에는 전방 십자인대가 끊어지면 직접 봉합했다. 이러한 방식은 효과가 미미해 의사들을 곤혹스럽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이후 의학이 발달하면서 자기 몸에 있는 근육과 힘줄을 이용해 인대를 만들어주는 '인대 재건술'이 등장했다. 10여 년 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프 선수가 본인의 슬개골(무릎 앞쪽에 위치한 동그란 뼈)과 슬개골 바로 밑에 있는 슬개건이라는 힘줄을 이용해 십자인대 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바로 이 수술이 인대 재건술이다. 끊어진 인대를 봉합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효과가 좋았지만 발꿈치를 들고 일어날 때 통증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꽤 많은 환자들이 수술 후 이러한 증상을 호소했다.
자기 뼈와 힘줄을 이용한 재건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금은 사체의 허벅지 근육이나 인대, 힘줄(건)을 이용해 수술을 많이 한다. 다른 사람(동종)의 근육이나 인대로 끊어진 인대를 재건해주기 때문에 비교적 잘 이식되고, 예후도 좋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십자인대가 끊어지면 '지옥의 시작'이라는 표현이 정형외과 교과서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학 기술이 발달해 십자인대가 끊어져도 원래 자기 인대만큼이나 튼튼한 인대를 만들 수 있어 의사도, 환자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아마 앞으로 10년, 20년 더 지나면 더 좋은 치료 방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로봇으로 하는 무릎 관절 수술은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로봇을 이용해 수술하면 훨씬 더 정교하고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예후가 좋은데, 아직 인대 재건술까지 하지는 못한다. 이 또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가능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좋은 치료법은 언제나 예방이다. 아무리 끊어진 십자인대를 재건하는 치료법이 발전한다 해도 미리 예방해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십자인대가 끊어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모든 정형외과 의사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방법은 한 가지다. 바로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운동으로 허벅지 근육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 오늘부터라도 허벅지 근력 운동을 시작할 것을 권한다. 허벅지 근력 운동을 많이 할수록 내 무릎 건강을 지켜주는 십자인대도 보호될 것이다.
도움말=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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