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선별 안목은 올해도 적중할까. 일단 예감은 좋다.
두산 새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는 지난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연습 경기에서 타 팀을 상대로 한 첫 실전 등판을 마쳤다. 최초 계획은 시범경기부터 출격이었다. 2주 자가 격리로 인해 스프링캠프 합류가 늦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들의 페이스가 비교적 빨리 올라오면서 불펜 피칭과 라이브 피칭을 거쳐 연습 경기도 한 차례씩 등판을 갖기로 했다. 미란다가 먼저 나섰고, 1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워커 로켓이 출격한다.
미란다는 키움을 상대로 1회말 적응기를 거쳤다. 2번타자 이용규에게 첫 좌전 안타를 허용한 이후 2사 2루 위기를 맞았다. 박병호와의 승부에서 뜬공 타구 유도에 성공했지만, 야수 실책성 안타가 나오면서 첫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2루 주자가 득점했고, 타자주자 박병호는 2루까지 들어갔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서건창을 상대한 미란다는 유격수 땅볼로 이닝을 마쳤다. KBO리그의 타 팀 타자들을 본격적으로 상대한 첫 무대인만큼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타자들을 거치면서 긴장감이 풀리는듯 했다. 미란다는 1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에서 통역을 통해 포수 박세혁, 장승현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2회는 더욱 깔끔했다. 김휘집과의 승부에서 149㎞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미란다는 허정협까지 외야 플라이로 처리했다. 투 아웃 이후에 김혜성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박동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실점 없이 2회를 마쳤다. 계획대로 2이닝을 마친 미란다의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50㎞였다. 스트라이크는 25개, 볼 13개였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포크볼도 점검했다.
아직 소화 이닝과 투구수가 적어 100%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보기 힘들지만, 내부 평가는 기대 이상이었다. 정재훈 투수코치는 "구위나 경기 운영 능력 모두 좋았다. 주자가 나가있을 때도 여유가 보였고, 변화구를 테스트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박세혁은 "첫 타자를 상대할 때는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간 모습이었는데, 그 후로 가볍게 피칭하면서 좋은 투구를 했다. 일단 위력적인 공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왼손 외국인 투수가 없었는데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낼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박세혁의 말대로 그동안 두산에서 좌완 외국인 투수를 찾기가 힘들었다. 두산은 꾸준히 외국인 투수 '대박'을 터트린 팀 중 하나다.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 그리고 라울 알칸타라와 크리스 플렉센까지 대부분의 선수들이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우완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장원준, 유희관처럼 국내 선발 중에는 커리어를 뽐낸 좌완 투수들이 있었지만, 외국인 투수들은 대부분 우완이었다. 그래서 '좌완 파이어볼러' 미란다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미란다의 공을 1구, 1구 뜯어본 두산 전력분석팀에서도 "미란다가 실전 감각이 떨어져있는 상황인데도 공에 힘이 있었다. 특히 직구가 예리했고, 스피드는 물론 공 회전력도 인상적이었다.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면 더 좋은 공을 던질 것 같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미 일본, 대만 야구를 경험하며 아시아 야구에 대한 적응만큼은 누구보다 빠르게 마친 미란다다. 성공적인 KBO리그 연착륙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개막 이후까지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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