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벤투 감독이 홍 철 몸상태에 대해 물어보고 뽑았다면…."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의 아쉬움이었다. 16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울산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5라운드(0대0 무). 이날 경기의 화두는 단연 대표팀 명단이었다. 울산은 3월25일 예정된 한-일전 멤버로 조현우 이동준 김태환 홍 철 윤빛가람 원두재 등 무려 6명의 선수가 선발됐다. 올림픽대표팀에 뽑힌 설영우 김태현 이동경까지 포함하면 무려 9명의 선수가 A매치 휴식기 동안 차출된다.
전북 현대와 치열한 우승경쟁을 펼치고 있는 울산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전북은 단 한명의 A대표 선수도 뽑히지 않았다. 대표팀 발탁은 팀으로나, 개인에게나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국내 경기라면 그나마 좀 나을텐데, 일본 원정길인만큼 자가격리에 대한 부담이 있는데, 코로나19 확진에 대한 우려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울산은 지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이어 클럽월드컵까지 소화하며 초반 선수들의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 상황.
대표팀 사령탑을 경험하고, 불과 얼마전까지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활동한 홍 감독은 한-일전 개최 확정 발표 전후로 대표팀 운영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많은 선수가 뽑히자 홍 감독도 당황한 눈치였다. 그는 "이렇게 많이 뽑힐거라고 예상을 못했다. 대표팀에서는 우리의 기록, 경기력 등을 보고 뽑았을 거다. 대표팀에 많은 선수들이 가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11명 중 6명의 선수들이 나가게 됐는데 클럽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이 선수들 없이 준비하는게 막막하기도 하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홍 감독이 진짜 아쉬운 부분은 6명이라는 '숫자'가 아니었다. 홍 감독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선수들은 뛰어야 한다"며 "벤투 감독이 우리 선수들을 잘 봤으니까 벤치가 아닌 피치에서 좋은 활약해서 승리를 갖고 오도록 빌겠다"고 했다. 당초 약속한데로 차출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소통 부재'에는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 감독은 "홍 철이 몸이 좋지 않다. 두 경기에 나섰지만, 정상이 아니다. 합류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경기에 내보냈다. 첫 경기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뛰었지만, 두번째 경기에서는 내용이나 퍼포먼스에서 좋지 않았다. 경기 후 이번 경기에 휴식을 취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본인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며 "그러던 중 홍 철이 대표팀에 뽑혔다. 경기 출전 여부는 모르겠지만, 선발 과정에서 홍 철의 몸상태에 대해 우리와 전혀 조율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물론 대표팀에서는 홍 철이 경기에 나섰기 때문에 괜찮다는 판단을 했겠지만, 홍 철의 몸상태는 우리가 가장 잘 안다. 협의가 됐더라면 선발되지 않았을텐데 그 과정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실제 홍 철은 이날 제주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소속팀 경기도 소화할 수 없는 몸상태의 선수를 선발한 것은 대표팀에도 큰 실이다. 벤투 감독은 이전부터 K리그와 소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명단 발표 후에도 적지 않은 K리그 관계자들이 "5일 이상 자가격리를 해야하는 경우 차출을 거부할 수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대로라면 이번 한-일전 소집을 반대할 수도 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허락했다. 그런만큼 K리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했다. 적어도 명단 발표 때 K리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생이다. 홍 감독이 이번 발언을 한 요지도 여기에 있다. 홍 감독은 "앞으로 월드컵 예선도 시작하지만, 리그도 이어진다. 정상적인 선수들은 괜찮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은 다르다. 선수도 보호해야 한다. 대표팀 감독과 K리그 감독들도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 감독의 작심 발언이, 벤투 감독-K리그간 소통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울산=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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