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BO리그에서 전설로 남을 인물을 꼽으라면 사람들은 단연 이승엽이나 양준혁 송진우 등 굵직한 기록을 써낸 레전드 선수들을 꼽을 것이다. 그런데 경기 중에 선수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드물다. 하물며 현역 생활을 하는 선수의 이름이 고유명사가 돼서 불린다. 바로 '용규놀이'다.
'용규놀이'는 2010년 8월 29일 KIA 타이거즈-넥센 히어로즈전에서 탄생했다. 당시 KIA의 1번 타자로 나섰던 이용규는 8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넥센 박준수(현 KT 박승민 투수코치)와 승부를 펼쳤다. 볼 이후에 스트라이크, 이후 볼이 들어와 2B1S에서부터 이용규의 신들린 파울행진이 시작됐다. 4구째부터 13구째까지 무려 10개의 공을 쳐서 파울을 만들었다. 14구째 볼이 돼 2B2S. 이용규는 또 15구부터 19구까지 6개의 공을 연속해서 파울로 만들었다. 20구째 친 공이 드디어 앞으로 뻗어나갔다. 결과는 우익수 플라이. 이용규는 아웃이 됐음에도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7회에 7개의 공을 뿌렸던 박준수는 8회에도 올라 한 타자에게만 20개의 공을 던진 뒤 송신영으로 교체됐다. 이때부터 타자가 파울을 치면서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는 것을 '용규 놀이'라고 부르게 됐다. 이후에도 이용규는 여러차례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한화 이글스 시절인 2015년엔 KIA 양현종을 상대로 17구를 던지게 했고, 2016년엔 삼성 라이온즈 장원삼과 16구 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용규놀이'가 탄생한지 10년이 넘었다.
당시 25세였던 이용규는 어느덧 36세의 베테랑 타자가 됐다. 올해는 당시 '용규놀이'의 상대팀이었던 키움 히어로즈의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이용규는 '용규놀이'에 대해 "일부러 그렇게 파울을 친 건 단 한번도 없었다. 상황에 따라 대처를 하다보니 그런 파울들이 나오는 것"이라면서 "그게 사실은 컨디션이 좋을 때는 더 안나오는 것 같다. 컨디션이 좋으면 인플레이 타구가 나온다. 감이 안좋을 때 움츠러들고 정확히 맞히려다보니 그런 파울들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용규는 "'용규놀이'가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팀에겐 도움이 되지만 타자에겐 마이너스가 되는 부분도 있다"며 "그래도 팀에 도움이 되면 좋은 거니까"라며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도.
일부러 파울을 칠 수 있을까. 이용규는 "그게 되면 5할을 칠 수 있을 것 같다. 파울을 일부러 칠 수는 없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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