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희망고문만 계속되고 있다.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의 빅 리그 데뷔는 요원해 보인다.
원정 이동은 메이저리거들과 함께하고 있다. 양현종은 1군에서 갑작스런 부상이나 코로나 19로 인해 예기치 않은 변수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마련해놓은 '택시 스쿼드'에 포함돼 있다. 원정 경기 때 메이저 선수들과 동행하고, 겉으로는 메이저급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양현종은 아직 계약서상 신분을 바꾸지 못했다. 현실은 마이너리그 신분이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양현종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않고 있다. 우드워드 감독은 개막 후 2경기에서 25실점했을 때도 양현종에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이후 26일(한국시각)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서도 우완 선발 카일 코디를 10일짜리 부상자 명단(IL)에 등록시키고 택시 스쿼드에 있던 롱릴리프 우완 투수 조시 스보츠를 콜업했다. 스보츠는 이날 펼쳐진 화이트삭스전에서 7회 구원 등판해 2이닝을 1파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4월에는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계약 형태가 양현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양현종은 텍사스와 스플릿 계약을 했기 때문에 시즌 중 메이저리그로 콜업될 경우 연봉 130만달러(약 14억5000만원)를 받기로 돼 있다. 구단 입장에선 양현종의 연봉이 큰 돈은 아니지만, 안줘도 무방한 돈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1군 콜업에 대한 희망만 잔뜩 주고, 콜업은 시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석민이 좋은 예다. 2014년 볼티모어와 계약한 윤석민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2년차 때부터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입단 이후에는 아픈 어깨를 이끌고 마이너에서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시즌 전 방출됐다.
양현종은 '옵트 아웃(FA 선언)' 옵션을 가지고 있긴하다. 보통 개막 직전 옵트 아웃하는 선수들도 있는 반면 개막 이후 2~3개월이 지난 뒤 옵트 아웃 행사를 많이 한다. 이 정도 시간이 흐르면 마운드 전력이 분석되고 강화를 위해 구단들이 움직이게 된다. 꼭 메이저리그가 아니더라도 KBO리그를 비롯해 일본과 대만에서도 대체 투수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텍사스 입장에선 양현종이 '옵트 아웃'을 행사하는 걸 최대한 막는 것이 숙제다. 그래서 양현종의 인내심이 바닥을 칠 때 한 번씩 동기부여를 주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월 중순에는 존 대니얼스 텍사스 사장을 비롯해 크리스 영 단장과 조시 보이드 부단장, 스카우트 팀장 등 구단 수뇌부가 양현종만 저녁식사에 초대해 시범경기 첫 등판에 대해 격려했다. 또 개막 엔트리에 탈락한 뒤에는 지난 8일 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마이너리그 예비팀과의 연습경기에 선발등판시키기도 했다. 양현종을 택시 스쿼드에 넣고 표면적으로 메이저급 대우를 받게 해주는 것도 '옵트 아웃'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
사실 양현종의 각오로 보면 이 정도의 기다림은 감수해야 한다. 양현종은 FA 잔류와 미국 진출의 기로에 놓였을 때 "마이너리그에서 1년을 썩더라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주변인들에게 전한 바 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의 현실을 한 차례 경험한 뒤 '눈물 젖은 빵'에 대한 인내심이 사라졌다는 전언이다. 휴스턴 예비팀과의 연습경를 텍사스 산하 트리플 A 구단인 라운드 록 익스프레스의 홈 구장인 미국 텍사스주 라운드록 델다이아몬드에서 했을 때 메이저와 천양지차인 라커룸과 구장 시설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양현종은 과연 옵트 아웃을 행사할까.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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