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그래도 요즘은 좀 자요."
그렇지 않아도 작은 얼굴. 더욱 홀쭉해졌다. 주변에서는 "잠도 제대로 못 자는 것 같다"며 걱정이 많다. 그렇다. 전주원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국 여자농구는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무려 13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한국은 지난해 세르비아에서 막을 내린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조 3위로 본선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발생했다. 올림픽이란 영광스러운 자리를 앞두고 오히려 여자농구가 표류하는 듯 했다.
위기의 여자농구. '레전드' 언니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림자 보좌'로 유명한 전주원 아산 우리은행 코치가 대표팀 사령탑 모집에 지원했다. 그는 대한민국농구협회 심사를 거쳐 도쿄올림픽 사령탑에 올랐다.
"당시 여자프로농구 감독님 중 누군가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어요. 하지만 시즌 중이었기에 감독님들께서 맡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어요. 주변에서 제게 많은 말씀을 주셨어요. 사실 저는 성격상 뭔가 나서서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제가 해야 한다면, 해야 할 운명이라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어렵게 용기 내 도전한 자리. 그래도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저도 제 자신에게 실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표팀 감독이 박수 받을 자리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요. 정말 부담 큰 자리에요. 대표팀 감독에 지원할 때도 그랬지만, 막상 지휘봉을 잡고 나니 그 무게감이 더 커졌어요." 덤덤하게 말을 이어가던 전 감독.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지만 살짝 흔들렸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세계 랭킹 19위인 한국은 올림픽에서 스페인(3위), 캐나다(4위), 세르비아(8위)와 조별리그를 치른다. 전 감독과 선수들은 10일 진천선수촌 입촌과 함께 담금질에 돌입한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4강에 들었어요.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에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탈락했어요. 그때 선수들이 손발을 맞추면서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에 출전했고, 아시아선수권을 거쳐 시드니에서 성적을 낸 거예요. 저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발돋움을 시작한 거라고 생각해요. 베테랑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이 손발을 맞춰가면서 다음 올림픽에는 더 성장하고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물론 제게는 지금도 정말 중요하죠. 하지만 더 크게 봤을 때는 이번 대회부터 우리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며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쉽지 않은 것은 사실.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설 마음은 절대, 단연코 없다.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성적을 더 내면 좋을 거예요.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성적을 얘기하지 않아요. 우리는 이제 시작이니까요. 선수들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경기력을 펼쳐 보이고 왔으면 좋겠어요. 돌이켜보면 시드니올림픽 때도 지금과 같았어요. 당시 '예선 탈락할 것'이라고 말했거든요. 물론 그때와 지금은 시스템적으로 다른 부분(과거 6개씩 2개조, 현재 4개씩 3개조)이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거죠. 결과는 몰라요. 과정에 충실히, 열심히 해야죠. 어떤 결과든 '떳떳하게'하고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요."
전 감독과 태극낭자들의 후회 없는 도전. 세계를 향한 힘찬 카운트다운은 이제 막 시작됐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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