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롯데 자이언츠는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은 팀이다. (내가 해야할 일은)리빌딩이 아닌 리스타트다."
취임 포부 및 '윈나우인가, 리빌딩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래리 서튼 롯데 신임 감독의 답변이다. 그는 "이기는 문화, 챔피언십 문화를 만드는 게 최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롯데 구단은 정규시즌 30경기만에 사령탑의 교체를 결정했다. 꼴찌라고는 하나 5위권과는 불과 5경기 차이다.
롯데 구단은 공식 입장을 통해 "방향성 차이 때문"이라며 '성적 경질론'을 애써 부정했다. 하지만 허문회 전 감독은 자진 사퇴가 아닌 경질이다. 올시즌은 물론 내년까지, 총액 5억원의 잔여 연봉을 모두 보장받았다. 여기에 KBO리그의 포스트시즌 보증수표로 불리는 외국인 감독 부임. 비록 시즌 도중이라고는 하나, 성적 향상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
사령탑 교체 이유로 강조된 것은 1~2군의 폭넓은 로스터 활용이다. 허 전 감독이 팀 전력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게 구단의 속내다. 그렇다면 반대로 젊은 선수들의 적극적인 경쟁을 통해 '풀전력을 가동할' 서튼 감독을 향한 기대치는 순위 상승을 통한 가을야구,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은 아직도 110경기 넘게 남아있다.
그런 면에서 서튼 감독이 "선수와 감독 사이 신뢰가 중요하다. 나는 그것을 KBO에서 배웠다""며 현대 유니콘스 시절 은사인 김재박 전 감독을 언급한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하다.
한국 야구가 미국보다는 일본에 가깝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1990년대 후반, 김재박 전 감독은 일찌감치 '미국의 선진야구를 배우자'고 강조하던 인물이다. 전지훈련도 미국으로 갔고, 코칭스태프는 메이저리그식 코칭을 배웠다. 미국 야구인들을 인스트럭터나 트레이너로 여러 차례 초빙하기도 했다.
11년간 4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그 결실이었다. 특히 서튼이 외국인 선수로 활약하던 2005~2006년은 현대 구단의 해체 또는 매각이 거론되던 시기. 모기업 분위기는 말이 아니었고, 박종호 박진만 심정수 등 팀을 대표하던 선수들은 줄줄이 팀을 떠날 때다. 하지만 김재박 전 감독의 지도 하에 똘똘 뭉친 현대는 2년 연속 정규시즌 2위를 달성했다.
당시 현대는 그라운드내 경기를 책임지는 감독과 이를 뒷받침하는 프런트의 분업화와 시너지 효과로 주목받던 팀이다. 그간 허문회 전 감독과 거듭된 잡음에 시달렸던 롯데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롯데를 대표하는 간판스타 이대호는 올시즌 39세의 나이에도 타율 3할2푼8리 7홈런 2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2를 기록하며 '회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준우 손아섭 정 훈 등 주요 베테랑들의 나이는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서튼 감독이 마냥 리빌딩만을 추구할 수는 없는 상황.
서튼은 제리 로이스터, 트레이 힐만, 맷 윌리엄스, 카를로스 수베로에 이은 KBO리그 역사상 5번째 외국인 1군 사령탑이다. 앞서 10년 넘게 미국 야구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고, 롯데 2군 감독으로 1년 넘게 재직하며 한국 야구 적응도 마쳤다.
서튼 감독은 "사령탑을 맡게 된 타이밍이 이상하다(strange)"는 현실을 인정하며 인내심과 소통을 강조했다. 자신이 키운 젊은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하되, 눈앞의 승리도 놓치지 말아야한다. '육성'이 아닌 '성장'을 강조한 서튼 감독. 그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2022년까지, 앞으로 약 1년 반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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