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프로야구 감독. 쉽지 않은 자리다.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정이 어려운 건 제로섬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이익이 누군가의 손해가 된다.
데뷔 첫 승리투수 요건을 단 두 타자 남긴 시점.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는 시점에 투수가 사슴 같은 눈망울로 벤치를 쳐다보면 애써 눈을 마주치지 말아야 한다.
감독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이 뿐 만이 아니다.
대타로 나가고 싶어 감독 근처에서 배트를 놓지 않는 선두도 있고, 반대로 교체당하지 않으려 더 빨리 대기 타석에 서는 선수도 있다.
사령탑이 야간 경기 중에도 고글을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올 시즌 LG의 새 사령탑 류지현 감독.
13일 광주 KIA전. 속이 편치만은 않았다. 3-0으로 앞선 5회말 1사. LG 3년 차 좌완 선발 이상영은 데뷔 첫승 요건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호흡이 살짝 가빠오기 시작한 시점.
톱타자 최원준을 상대로 초구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2구째 공이 손에서 빠졌다. 몸에 맞는 볼.
벤치가 움직였다. 경헌호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향했다. 송은범이 마운드에 올랐다. 데뷔 첫 승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2개. 아쉽지만 첫 승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이미 자신의 최다 투구수인 83구에 달했다. 지친 시점에 사구가 나온 건 불안 조짐이었다.
류지현 감독도 이 점을 주목했다.
"왼손 투수가 왼손 타자에게 사구를 내준다는 건 릴리스 포인트를 정상적으로 못 끌고 나온다는 뜻이거든요. 교체 시점이 맞는 것 같았고, 팀을 위해서도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빠른 교체를 통해 화근을 제거, 3연패를 끊는 것이 우선이었다. 실제 LG는 이날 8대3으로 승리하며 3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류 감독은 마음이 쓰였지만 또 한번 마음 아픈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4일 잠실 삼성전을 앞둔 감독 브리핑 시간.
이상영에 대한 류지현 감독의 언급은 각별했다. 진심 어린 마음이 묻어났다.
"이상영 선수는 어제 선발투수 이상의 역할을 해줬습니다. 다음에도 선발 기회가 있을 겁니다. 팀의 연패 중에 상대 에이스와 맞붙어 큰 역할을 해줬습니다. 스스로에게도 큰 경험이 됐을 거고, 다음 선발 때는 더 좋은 경기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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