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기분 좋게 출발해도 흐름이 끊기기 일쑤다.
올 시즌 초반 한화 이글스 타선의 행보가 그랬다. 리드 오프 정은원은 '출루 머신'이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다. 4할 중반 출루율로 KBO리그 내 수위를 달리고 있다. 안타(34개)는 적지만, 리그 전체 타자 중 가장 많은 34개의 볼넷을 골라내면서 수베로 감독이 중시하는 출루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2번 타자로 눈을 돌리면 이런 정은원의 활약이 무색해진다. 2번 타순에서의 팀 타율은 1할대, 출루율은 2할대다. 정은원이 1루 베이스를 밟아도 진루 대신 아웃카운트가 늘어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16일 고척 키움전에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포수 최재훈을 2번 타순에 배치하는 파격을 택했다. 14일 키움전에서도 최재훈은 2번 타자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투수 리드와 수비 등 체력 부담이 큰 포수에게 타격 생산력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2번 자리를 맡기는 것은 흔치 않은 일. 터지지 않는 2번 타자 활약이 타선 전체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재훈의 기용은 수베로 감독의 고민이 적지 않음을 드러내는 단면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최재훈이 가진 선구안과 카운트 싸움, 인내심이 정은원과 앞뒤로 붙어 있을 때 상대 선발 투수의 투구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체력 부담 등을 고려해 선수 본인에게 물으니 고민 없이 '2번이 좋다'고 하더라"며 "(최재훈의 2번 기용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1주일 정도는 최재훈이 2번 타순에 어떤 옵션이 될지 판단하는 과정으로 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서 최재훈은 첫 타석부터 키움 선발 투수 에릭 요키시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화 타선은 7회까지 요키시에 단 3안타를 뽑아내는데 그쳤다. 3회초 장운호 박정현의 안타로 1사 1, 2루 찬스를 만든 게 유일한 득점권 상황이었을 정도. 리드오프 정은원은 침묵을 이어갔고, 최재훈도 첫 타석 이후 볼넷 한 개를 골라내는데 그쳤다. 타선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꺼내든 수베로 감독의 묘수는 요키시의 관록투에 그렇게 무너졌다.
올 시즌 한화의 반등을 위해선 타선 침체 극복이 첫 손에 꼽혔다. 수베로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부여하면서 자신감 상승이 반등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점점 떨어지는 자신감 속에 한화의 반등도 요원해지는 모양새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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