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서너번 고개를 흔들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친구 성공하겠구나' 싶었죠."
삼성 좌완 루키 이승현의 공을 받은 포수 강민호의 증언.
17일 잠실 LG전. 1군 무대 두번째 등판하는 루키. 18년 차 포수가 낸 사인에 고개를 저었다. 대체 무슨 공이었길래.
"슬라이더를 내셨어요. 직구를 던지겠다고 했죠. 자신이 있었거든요."
이승현의 직구 승부. 이날 등판의 터닝포인트였다.
자신감을 회복한 베테랑 포수는 아예 대놓고 패스트볼 일변도의 피칭을 이어갔다.
리그 최고 좌타자 김현수를 상대로 5구 연속 패스트볼 헛스윙 삼진이 나왔다. 스스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직구 던지겠다고 한 이후에 김현수 선배님 타석 때 직구 사인만 내시더라고요."
김현수와의 승부. 이날 등판의 백미였다.
포수 사인은 단 하나, 5개 연속 바깥쪽 빠른 공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대한민국 최고의 좌타자를 상대로 한 직구 일변도의 피칭. 불안감은 없었을까.
"자신 있게 제 공만 던지면 못 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바깥쪽 볼 2개 판정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안쪽으로 던졌습니다."
원하는 코스에 150㎞의 빠른 공을 낮고 꽉 차게 제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 이미 루키 수준을 넘는 놀라운 퍼포먼스다.
넘치는 자신감. 경기를 거듭할 수록 강화되고 있다.
18일 대구 키움전에서는 속 시원한 K-K-K쇼로 답답했던 삼성 팬을 위로했다.
3-13으로 승부가 기운 8회 등판한 이승현은 단 13구 만에 전광석화 처럼 송우현 프레이타스 전병우를 K-K-K로 돌려세웠다.
패스트볼→커브→슬라이더 등 3가지 구종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키움의 18안타 15득점, 무차별 폭격에 답답했던 삼성 팬들의 상처를 위로해주는 슈퍼루키의 삼진 쇼였다.
갈 길은 멀다.
"세트 포지션, 퀵모션, 번트수비를 더 연습해야 한다"고 보완점을 언급하는 루키.
하지만 적어도 떡잎 만큼은 확실하게 입증했다.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형 좌완 투수의 등장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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