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꼭 복수하고 싶다."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덤덤한 표정으로 질문에 답하던 라이온 힐리(29·한화 이글스)의 눈은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시즌 개막 후 한 달여 간 상대한 KBO리그 투수 중 가장 어려웠던 상대는 누구였는 지를 물은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힐리는 "누구라고 밝히고 싶지 않다. 내가 진 것을 인정하게 되는 꼴"이라며 "KBO리그에 굉장히 좋은 투수가 많아 놀랍고 존경심을 갖고 있다. KBO리그의 수준도 굉장히 높아 재미있게 시즌을 치르고 있다"면서도 "어디까지나 경쟁하는 입장이다. 다시 그 투수를 만난다면 꼭 복수하고 싶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빅리그 통산 69홈런의 빛나는 커리어를 가진 힐리지만, 한국에서의 지난 시간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32경기 타율 2할5푼8리(124타수 32안타), 2홈런 18타점, 출루율 0.301, 장타율 0.371이다. 한화의 장타 갈증을 풀어줄 타자로 꼽혔지만, 전체적인 지표는 기대치를 밑돈다. 지난 4월 18일 창원 NC전에서 마수걸이포를 쏘아 올린 뒤 한 달 만에야 2호 아치를 그렸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힐리가 어제 홈런을 계기로 압박감에서 해방되지 않을까 싶다. 홈런은 2개 뿐이지만, 타점 생산 등 제 실력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스스로를 믿는다면 성공적인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힐리는 "새로운 리그에서 새로운 투수를 많이 보다 보니 나를 바꾸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인정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도전적인 모습을 이어간 것 아닌가 싶다"며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자 했고, 타격에 대한 접근도 철저히 하고자 했다. 지금까지의 결과가 만족스럽진 않지만, 앞으로 남은 일정이 많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팀 생활, 한국 문화 모두 만족스럽다. 지난 부산 원정 뒤에는 아내와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빵집에선 나를 알아봐주는 팬도 있더라"며 "선수로 결과를 내는 게 내 일이다. 야구장 안팎의 생활을 분리해 지내면서 잘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랜 장타 갈증을 풀어낸 힐리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 시즌 초반의 에너지가 희미해져 가고 있는 한화 젊은 타자들에겐 어쩌면 힐리와 같은 투쟁심이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힐리는 '쿨한' 한마디를 남겼다. "이 자리에서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거친 말들을 섞어가며 선수들에게 매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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