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지난달 26일 "못하면 고민이 있지만, 용병들은 믿고 기다려야 한다"며 "대체 선수가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인데. 정 안 좋으면 다른 선수를 써야 하지 않겠나. 그래도 지금은 좀더 시간을 줘야할 것 같다"고 했다. 올시즌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의 퇴출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KBO리그 3년차인 쿠에바스는 시범경기 막판 등 부상을 입어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4월 15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시즌 첫 등판했지만, 이후 들쭉날쭉한 패턴이 이어지면서 한 번도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지 못했다.
다른 선발투수들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제 몫을 해줘 쿠에바스의 부진은 외부에 크게 도드라져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마음은 타 들어갔다. 결국 이 감독은 지난 5월 19일 두산전에서 5이닝 6안타 2볼넷 5실점으로 부진을 보인 쿠에바스를 2군으로 보냈다.
심신을 추스르고 각성하라는 의미였다. 쿠에바스는 5월 25일 2군 경기에 등판해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4이닝을 투구하며 구위와 제구를 점검했다. 그가 퓨처스리그 게임에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 하지만 다급한 쪽은 쿠에바스였다. 다시 1군으로 돌아온 날 그는 이 감독에게 "진짜로 진짜로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쿠에바스의 복귀 경기가 열린 지난 3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이 감독은 "눈치를 보니 2군행의 의미를 아는 것 같더라. 뭔가 느꼈으면 잘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쿠에바스는 5회까지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등 올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쳐 보였다. 6⅔이닝 4안타 3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 외국인 선수의 2군행 효과가 나타난 상징적인 경기였다.
쿠에바스는 경기 후 "1군에 올라와서 감독님을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렸다. 몸 상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멘탈적으로 잘 준비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국내 선수는 못하면 시간에 무한정 2군으로 보내면 된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는 부진 또는 부상이 길어질 경우 퇴출이 답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 KBO리그에서 퇴출된 선수가 미국에서 재기에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 야구 인생이 끝난다고 보면 된다. 그들이 KBO리그에서 사력을 다해 살아남으려 건 이 때문이다.
페넌트레이스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위기에 몰린 외국인 선수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SSG 랜더스 아티 르위키는 시즌 초 옆구리 부상을 딛고 돌아와 지난 29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지만, 1이닝만 던지고 교체됐다. 검진 결과 대흉근 염좌로 확인돼 4주 진단을 받았다. SSG는 교체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삼성 벤 라이블리는 지난 11일 수원 KT전에서 갑작스럽게 어깨 통증을 호소해 공 1개도 던지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3주가 지났으나, 컴백은 감감무소식이다.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뿐만 아니라 SSG 제이미 로맥, KIA 프레스턴 터커, LG 로베르토 라모스처럼 지난해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는 타자들도 위기 의식은 마찬가지다.
쿠에바스는 일단 퇴출 수순 '1단계'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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