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6일 고척 키움전.
5위로 추락했던 삼성 라이온즈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경기였다.
올시즌 키움 히어로즈전 1승5패. 또 한번 지면 키움전 3연속 열세 시리즈 확정이었다.
출발이 불길했다.
상승세가 꺾이며 2연패 중이던 원태인의 부담이 컸다. 키움은 6연승을 중단시킨 천적 군단. 악몽의 기억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1회말 박동원을 필두로 이정후 등 천적들과의 승부에 어려움을 겪었다. 어깨 힘이 잔뜩 들어가며 제구가 흔들렸다. 1회 1사 1루에서 이정후와 박병호 박동원에게 3연속 볼넷으로 선취점을 내줬다.
다행히 박해민의 호수비로 더 이상의 실점은 막았다.
하지만 삼성 타선은 최고 157㎞의 광속구를 뿌리던 키움 선발 안우진에게 묶여 있었다.
꽉 막힌 혈을 뚫어준 선수는 호세 피렐라였다. 키움과의 직전 2연전에서 9타수1안타 부진으로 우려를 자아냈던 선수.
이날 경기 전 삼성 허삼영 감독은 피렐라의 고척 부진에 대해 "장타에 대한 조급증을 내는 것 같다. 복합적인 악순환인데 사실 긴 시즌 중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어느 구장에서도 자기 스윙을 하고 있다"며 반짝 부진임을 강조했다.
방망이가 주춤하던 피렐라는 또 다른 방향으로 돌파구를 열었다. 주루였다.
0-1로 뒤진 3회 2사 2루. 볼넷으로 출루한 피렐라는 구자욱의 짧은 중전 적시타 때 주저 없이 3루로 향했다.
사력을 다해 뛰던 피렐라와 바운드 송구 동선이 겹치면서 3루수 김웅빈이 바운드 된 공을 잡지 못하며 홈 쪽으로 튀었다. 슬라이딩을 한 피렐라는 무릎을 그라운드에 찧어가며 벌떡 일어서 다시 홈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흙먼지를 일으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기어이 2-1을 만드는 역전 주자가 됐다.
홈 커버를 들어온 키움 투수 안우진 조차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을 만큼 놀라운 투혼의 질주였다. 이 플레이 하나로 키움 쪽으로 기울던 흐름이 단숨에 삼성 쪽으로 넘어왔다.
이날 중계를 맡은 SPOTV2 양상문 해설위원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어떤 말이 필요할까요"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피렐라는 5회 1사 1,3루에서 중전 적시타로 3-1을 만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피렐라는 "위닝 시리즈로 마무리 해서 기분이 좋다. 항상 전력질주를 하는 건 나의 플레이 스타일이다. 내 플레이가 팀 승리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 상승세를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빙긋 웃었다. 굴러온 복덩이가 행여 다칠세라 노심초사 하는 삼성으로서도 너무나도 고마웠던 피렐라의 말 한마디.
이날 승리는 시즌 전체 흐름을 놓고 볼 때 1승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었다. 그 소중한 승리의 초반 발판을 피렐라가 흙먼지 투혼으로 마련했다. 전율 느껴지는 외인의 질주에 동료들이 잇단 호수비와 투혼의 피칭으로 3대1 승리를 지켜냈다.
치고, 달리며, 너무나도 흔히 쓰는 '최선'이란 단어를 재해석 중인 외인. 그 한명의 에너지가 만년 하위팀 삼성을 끈적끈적한 팀 컬러로 변모시키고 있다. 5위였던 삼성은 피렐라의 투지 속에 다시 공동 2위로 점프하며 기분 좋게 한 주를 마감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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