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6일 잠실 두산전, 5-3 리드를 지키던 삼성의 8회말 수비.
2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불펜 에이스 우규민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초구 135㎞ 패스트볼이 한 가운데로 몰렸다. 직전 타석에서 시즌 13호 홈런 손맛을 본 이적거포의 배트가 힘차게 돌았다. 왼쪽 큼직한 타구. 하지만 배트 살짝 위에 맞으며 높게 뜬 덕분에 좌익수 김동엽이 펜스 앞 워닝트랙에서 잡아낼 수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특급 불펜투수 조차 글러브를 들어올리며 하늘을 항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간담을 서늘하게 한 주인공은 바로 두산의 신형 거포 양석환. 앞선 이닝에서 큰 수비 실수를 범했지만 이를 만회하려는 투철한 책임감과 근성을 보여줬던 경기였다.
1-0으로 앞선 3회초 수비.
1사 1,2루에서 박해민이 3루쪽으로 기습 번트를 댔다. 투수 이영하가 빠르게 잡아 송구한 공이 더 빨랐다. 박해민도 1루 베이스를 지나간 뒤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낮은 송구를 잡아낸 뒤 땅에 대는 순간 공은 1루수 양석환의 미트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1사 만루를 허용한 뼈 아픈 포구 실책.
살짝 흔들린 이영하가 곧바로 피렐라에게 초구 슬라이더를 던지다 역전 만루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호투하다 일격을 당한 이영하 보다 이를 지켜보던 양석환의 가슴이 더 크게 내려 앉은 순간.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 만회할 방법은 큰 것 한방으로 흐름을 다시 뒤집는 것 뿐이었다.
기회가 찾아왔다. 1-4로 뒤진 4회말 무사 2,3루 황금 찬스. 한방이면 단숨에 동점이었다. 볼카운트 0B2S에서 뷰캐넌이 낙차 큰 커브를 던졌다. 무릎 밑이라고 판단한 양석환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스트라이크 콜이 들렸다. 3구 삼진. 양석환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주심을 바라보다 투수 쪽을 바라보며 한동안 타석을 벗어나지 못했다. 후속타 불발로 무사 2,3루 찬스는 결국 무산됐다. 공수교대 때 양석환은 다시 주심에게 다가가 콜을 재차 확인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강석천 코치의 만류로 돌아설 만큼 항의의 수위는 높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1-5로 패색이 짙던 7회 선두타자로 나선 그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홈런 한방으로 기어이 추격의 방아쇠를 당겼다.
7회까지 책임지기 위해 다시 마운드에 오른 뷰캐넌의 5구째 체인지업에 배트가 빨리 나왔지만 팔로스로우를 길게 가져가는 기술적 배팅으로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시즌 13호 추격의 솔로포. 허경민의 안타가 이어지자 뷰캐넌이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삼성 불펜 필승조를 일찌감치 끌어낸 건 양석환의 공로였다. 두산은 박세혁의 적시 2루타로 3-5까지 추격했다.
양석환은 마지막 타석까지 실수를 만회하려 애썼다. 8회 회심의 한방을 노렸지만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고 말았다. 잠실이 아닌 대구였다면 담장을 넘어 극적인 동점홈런이 됐을 타구였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차이는 어떻게 만회하려는 의지를 보이느냐에 의해 갈린다. 이적거포 근성과 집념을 엿볼 수 있었던 경기. 비록 두산은 아쉽게 패했지만 다시 한번 깨달았다. '트레이드 하길 정말 잘했다'는 사실을….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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