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벌써 내 차례인가? 선발등판하는 날이 안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설레지만 두렵죠."
특급 루키도 사람이다. 데뷔 첫해부터 성공 가도를 걷고 있는 KIA 타이거즈 이의리(19)도 마운드가 두려울 때가 있다.
19세 신인이 벌써 KBO리그 1군에서 선발로 11경기를 소화했다. 이미 토종 에이스를 넘어 외국인 듀오가 모두 부상중인 와중에 팀의 버팀목이다. 경기당 평균 5이닝 이상(55⅔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4.04도 준수하다.
국가대표까지 뽑혔다. 좌완 기근에 시달리던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됐다. 미필 선수가 6명밖에 없는 베테랑들의 모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청소년대표를 가지 못한 이의리로선 생애 첫 태극마크다.
16일에는 최신맥주(최정 추신수 로맥 최주환)로 대표되는 막강 SSG 타선을 상대로 5⅔이닝 무실점 10K의 완벽투까지 펼쳤다. 올림픽 대표팀 선발과 자신의 생일을 한꺼번에 자축했다. 이의리 스스로도 "내 생애 가장 마음에 드는 하루"라고 평했다.
이날 컨디션은 최고조. 다만 좋은 소식 덕분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저 공을 던지는 느낌과 밸런스에 집중했고, 공격적으로 승부한게 유효했다는 게 스스로의 분석이다. 교체될 때의 미소에 대해서도 "마지막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로맥 볼넷) 멋적게 웃은 거였다"라고 해명했다.
생애 최다인 106구를 던지고도 "힘이 남아있었다. 오늘 직구가 좋아서 빠른 승부도 많이 했다", "커브를 앞으로 좀더 자주 쓰려고 한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제구는 된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평소와는 다른 자신의 속내도 드러냈다. 이의리는 "사실 이번 대표팀에 뽑히길 기대하진 않았다. SSG 전에 후회없이 던지자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도 "(대표팀 명단이 발표된)11시에 기사 찾아봤다. 궁금해서…결과 알고나니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수줍게 웃었다. "프로야구가 아니라 국가대표 야구선수가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다. 내 꿈을 벌써 이뤘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성공적인 데뷔 첫해에 대해서도 "매 경기를 준비하는 게 두려울 때도 있다. '벌써 내가 던질 차례인가?' 싶다. 오늘도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신인다운 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와 별개로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투철하다. 프로에서의 커리어도 아직 대단치 않고, 풋내기임에도 좌완이라는 이유로 이의리를 뽑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이의리는 "(코칭스태프가)뽑을만 했으니 뽑은 것 아니겠나. 오늘의 목표는 '아 대표팀 뽑힐만하네' 소리 듣는 거였다. 날 향한 안 좋은 시선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뜨거운 승부욕을 표출했다. 프로야구 선수가 아닌, 재능 넘치는 19세 소년의 미소였다.
광주=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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