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어깨 박살나도 괜찮아요. 후회없는 경기 하고 싶어요. '올 인'이죠."
1981년생. 더 이상 이룰 것도 없어 보이는 대한민국 남자 양궁의 레전드. 오진혁(40)이 9년 만에 생애 두 번째 올림픽에 나선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올림픽. 그래서 그의 각오에는 30년 양궁 인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제가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한살이에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양궁을 시작했으니 30년 했죠. 스무살 때 대표팀에서 떨어졌어요. 슬럼프가 와서 그만 두고 싶었죠. 주변에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보니 갑자기 활이 잘 맞는 날이 왔어요. 미친 듯이 했어요. 그 느낌을 잃기 싫어서요. 1년에 휴일이 없을 정도로 훈련했죠."
노력의 결실은 달콤했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개인 금메달,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2관왕에 올랐다. 시련은 예상치 못한 순간 찾아왔다.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6위를 기록, 쓴맛을 봤다.
"리우올림픽 대표에서 떨어지고 나서 목표가 사라졌어요. 쉬고 싶은 생각도 들었죠. 그런데 소속팀에 돌아와서 활을 쏘다보니 새로운 게 보이더라고요. 기술이 무너진 부분이 있었는데, 알아채지 못했던거죠. 다시 시작했어요. 기술도 수정하고 장비도 보완하고요. 그해 국내 경기에서 노메달을 두 번이나 해봤어요. 좌절하지 말자고 마음먹고 밀어 붙였어요. 다행히도 수정한 자세가 잘 맞아 떨어졌어요. 부상 치료를 한 것도 도움이 됐고요. 돌아보면 제가 더 오래 양궁 선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다시 일어선 오진혁. 그는 마음 속 깊이 묻어뒀던 두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첫 번째는 단체전 금메달이다.
"2012년 런던 때 활이 너무 잘 맞았어요. 정말 잘 쐈어요. 무섭다 싶을 정도였죠. 하루 종일 노란색(10점)만 쐈어요. 알게 모르게 자신감이 너무 앞섰나 봐요. 이번 올림픽은 달라요.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 다 같이 웃을 수 있잖아요. 동생들에게 솔직하게 말해요. '단체전만큼은 꼭 금메달을 따보자. 다 같이 웃으면서 오자'고 말이에요.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꼭 땄으면 좋겠어요."
오진혁이 또 한 가지 이루고 싶은 목표. 바로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다.
"2014년에 결혼해서 아들(5세)과 딸(4세)이 있어요. 아이들이 아빠가 양궁선수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아들은 최근 아시안컵 중계를 보고 엄청 좋아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빠가 활을 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대요."
모든 것이 간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 명확하다. 오진혁은 활을 쏴 온 날보다, 활을 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양궁은 제 삶이에요. 양궁 덕분에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다 이뤘어요. 그런데도 아직 양궁이 좋아요.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도 좋고요. 올림픽에 나가게 돼 감사해요. 은퇴가 다가온 것도 알아요.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해요. 어깨가 썩 좋지 않아요. 하지만 박살나도 괜찮아요.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게요.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어요. '올 인'이죠. 올림픽 앞두고 늘 하던대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첫 번째 올림픽보다 멘털과 기술 모두 더 자신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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