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아들은 날 닮아 야구 광팬인데…아내와 딸도 야구의 매력에 빠지게 할 방법이 없을까?"
한국과 이스라엘이 맞붙은 도쿄올림픽 야구 B조 1차전. 남다른 심경으로 지켜본 사람이 있다.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9일 연장까지 가는 혈전 끝에 양의지의 끝내기 사구로 6대5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환희와 좌절이 교차하는 순간. 토르 대사는 어떻게 봤을까.
"한국이 이겨서 기쁘지만, 이스라엘이 지게 되어 마음이 많이 아프다. 제레미 블레이치의 끝내기 사구, 이스라엘에겐 가슴 아픈 순간이다. 한국에 강타자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양팀 합쳐 홈런만 6개가 나온 뜨거운 경기였다. 이안 킨슬러의 선제 투런포에 오지환이 2점 홈런으로 맞받아쳤다. 이스라엘은 라이언 라빈웨이의 2점 홈런으로 다시 앞서갔지만, 한국은 이정후 김현수의 백투백 홈런으로 따라붙었다. 뒤이은 오지환의 역전타가 터졌지만, 9회말 라빈웨이가 또다시 동점포를 쏘아올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한국은 승부치기(무사 1,2루)로 진행된 연장 10회말, 황재균의 희생번트에 이은 허경민 양의지의 연속 사구로 승리를 따냈다.
"양 팀 모두 내야 수비가 정말 좋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타격이었다. 투수들에게 힘든 밤이었다. 서로가 자신의 나라를 위해 집중해서 좋은 경기를 펼쳤다."
미국 태생인 토르 대사는 열렬한 야구팬이다. 평소 메이저리그 소식도 챙겨보고, KBO리그에선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한다. 지난 6월 부산 방문 때 직접 사직구장을 찾아 열렬한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이스라엘에는 축구-농구 프로리그가 있지만, 야구가 없다. 메이저리그 14년 경력의 킨슬러, 롯데 자이언츠 R&D팀 매튜 디마르테의 형제 조나단 디마르테 등 올림픽에 출전한 이스라엘 선수들은 대부분 미국프로야구에서 활약해온 유태계 미국인들이다. 토르 대사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
이스라엘은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에서 한국 대만 네덜란드를 연파하고 2라운드에 오른 바 있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이스라엘 야구 부흥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야구는 정교하고 숙련된 스포츠다. 이스라엘에는 야구하기 좋은 길고, 덥고, 건조한 여름이 있다. 이스라엘 여러분, 우리는 창업국가 (start-up nation)입니다. 야구 국가(baseball nation)가 되어봅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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