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가장 좋을 때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가장 좋을 때 퓨처스리그로 내러갔다.
삼성 마운드의 미래, 우완 루키 이재희(19) 이야기다.
이재희는 1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에서 잊을 수 없는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불펜이 아닌 선발로 치른 프로 데뷔 첫 경기. 인상적이었다.
투구리듬과 밸런스, 높은 타점까지 데뷔전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거물급 우완 정통파 탄생을 기대케 하는 씩씩한 모습이었다.
3⅓이닝 홈런 포함, 4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6㎞였다. 투구수는 58구 중 스트라이크는 37구.
이재희는 2-2로 팽팽하던 4회말 선두 타자 오윤석을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좋은 기억으로 다음 등판을 기약했다. 다음날인 16일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퓨처스리그에서 준비를 한 뒤 임시 선발 기회에 1순위로 콜업될 전망.
결과도 좋았지만 내용이 알찼다. 떨지 않고, 차분하게, 과감한 승부를 펼쳤다. 빠르게 떨어지는 커터와 슬라이더, 커브가 모두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형성됐다.
특히 좌타자 몸쪽으로 빠르게 가라앉는 커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날 중계를 한 김선우 해설위원은 "좌타자 몸쪽 커터는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는 공"이라며 특히 주목했다. 함께 해설을 한 이상훈 해설위원도 이재희의 신인답지 않은 대담함과 침착성에 대해 입이 마르게 칭찬을 했다.
4회 마운드를 내려온 뒤 이재희는 동료들의 환호 직후 벤치에서 외국인 투수 듀오에 둘러쌓였다. 좌 뷰캐넌, 우 몽고메리, 두 선수 모두 커터의 달인이다. 덕아웃 분위기 메이커 뷰캐넌의 일장연설이 시작됐다. 커터 강의였다. 자신의 그립을 시연해 가면서 통역을 통해 열심히 설명했다.
"어떤 구종들을 던지는지 물어봤어요.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커터를 던질 수 있다면, 몸쪽으로도 커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포크볼 처럼 날카롭게 가라앉는 커터를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도 떨어뜨릴 수 있다면?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에 낙차 큰 커브를 갖춘 루키 투수에게는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다.
잊을 수 없는 데뷔전에, 돈 주고 살 수 없는 백만 불 짜리 커터 강의까지 받은 운수 좋은 날.
루키는 기분 좋게 짐을 싸 경산으로 향했다. 짜릿했던 첫 기억을 되새기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에 집중해야 할 때다. 보완점도 노력으로 메울 전망. 숙제에는 뷰캐넌 표 몸쪽 커터 연마가 포함될지 모른다.
씩씩했던 오늘보다, 벅차오르는 내일의 희망.
이재희는 "첫 등판인데 볼보다는 적극적으로 승부를 한 부분은 만족한다. 홈런을 맞은 부분은 아쉽다. 다음 등판 땐 잘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기분 좋게 짐을 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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