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만약 그가 없었다면 어쩔 뻔 했을까.
불혹의 '수호신' 오승환(39). 그가 위기의 삼성을 멋지게 구했다.
오승환은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에서 6대5 승리를 지켰다.
시즌 전체적 흐름상 중요한 고비였다.
직전 LG와의 잠실 3연전에서 백정현 뷰캐넌 원태인 등 10승 트리오를 모두 내고도 1무2패로 밀린 직후 1위 KT와의 원정 2연전. 이날 마저 지면 연패가 속절 없이 길어질 수 있었다. 상위권 유지에 분수령이 될 수 있었던 상황.
1점 차 리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9회초 달아날 기회를 살리지 못한 터. 이미 삼성 불펜은 7회말 2실점 해 한차례 역전을 허용했다. 직전 두 경기도 모두 역전패.
불안한 기운 속 맞이한 9회말, 삼성 불펜의 문이 활짝 열렸다.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맏형이 마운드로 향했다. 문을 열어준 막내 이승현(좌완)을 비롯, 후배들은 승리를 확신하는 표정이었다.
확신은 이내 현실이 됐다.
세 타자가 삼진 2개와 뜬 공 하나로 빠르게 물러났다. 초구를 친 심우준만 삼진을 면했다. 투 스트라이크까지 간 두 타자들은 모두 삼진.
13구 만의 마무리로 오승환은 29세이브 째를 기록하며 부문 선두를 굳게 지켰다. 개인적으로는 2012년(37세이브) 이후 9년 만에 30세이브를 눈 앞에 뒀다.
불혹의 클로저. 삼성을 넘어 리그 젊은 투수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시련은 있지만 실패는 없었다. 오승환은 도쿄올림픽에서 마음고생을 했다. 동메달결정전에서 승리를 지키지 못하며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해야 했다.
정신적 충격이 자신감 저하로 이어져 리그 후반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까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어지간한 투수라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
하지만 기우였다. 돌부처는 굳건했다.
스스로 해법을 찾았고, 멋지게 극복했다. 아픔을 더 큰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오히려 전반기보다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특유의 돌직구가 살아났다. 이날 KT전에서는 최고 시속 150㎞까지 찍었다. 보이는 수치보다 체감은 더 강력하다. 직구가 살아나니 변화구 위력이 더 커졌다. 직구 타이밍에 맞춘 타자들이 유인구에 속절 없이 배트가 돌고 있다. 이닝 당 1개 꼴이던 전반기 탈삼진 비율이 후반기에는 이닝 당 2개를 넘는다.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만 잡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위력적 구위. 타 팀 젊은 구원투수들이 고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대단한 역투다.
삼진이 늘면서 출루 허용도 부쩍 줄었다. 전반기 1.26이던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이 후반기에는 0.75로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지금 같은 페이스면 국내 복귀 후 첫 구원왕 등극으로 2012년 이후 9년 만에 타이틀을 획득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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