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세이셔널' 손흥민(29·토트넘)의 몸상태가 심상치 않다.
'월클'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손흥민의 장점 중 하나는 좀처럼 부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기량이 좋아도 경기에 나설 수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손흥민의 몸관리는 진짜 '월클'이었다.
지난 몇년간 손흥민의 스케줄은 그야말로 살인적이었다. 여름마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했고, 곧바로 리그, 유럽챔피언스리그, 컵대회 등을 치러야 했다. 중간중간 A매치를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2019년 손흥민이 소화한 78경기는 '혹사'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전설의 예시'다. 당시 무려 11만600km를 이동해 유럽에서 뛰는 모든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고,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선수로 기록됐다. 소화한 78경기 가운데 72%의 경기가 닷새 미만의 휴식 후 치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상이 많지 않았다. 골절 등 충격에 의한 부상이 대부분이었다. 2010년 8월 프로 커리어 첫 부상도 팔골절이었고, 손흥민을 괴롭혔던 두번의 장기부상(2017년 6월, 2020년 2월)도 모두 오른팔 골절이었다. 근육부상은 함부르크에서 뛰던 2012년 11월의 허벅지 부상이 유일했다. 당시에도 5일만에 복귀했다.
하지만 최근 우려스런 상황이 늘고 있다. 2020년 9월 뉴캐슬전 햄스트링 부상을 시작으로 근육 부상이 잦아지고 있다. 당시 일주일만에 복귀했던 손흥민은 2021년 3월 왼쪽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끼며 한달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달 22일 울버햄턴전에서도 햄스트링 이상으로 조기 교체된 손흥민은 7일 레바논과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에서는 전격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오른 종아리 염좌 때문이었다. 10년 가까이 거의 부상이 없었던 손흥민은 지난 1년 사이 벌써 4번이나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근육 부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결국 피로 누적이다. 일시적으로 무리한 동작이나 과한 자극을 받아 근육이 찢어지기도 하지만, 이미 피로가 쌓여있을 때 부상이 더 쉽게 찾아온다. 손흥민은 결장했던 레바논전에 앞서 이라크전(2일)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는데, 당시 소속팀 일정 등으로 대표팀 소집일보다 하루 늦게 귀국했었다. 이틀만에 경기에 나서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손흥민은 소속팀 복귀 후에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스피드와 침투를 주무기로 하는 손흥민 입장에서 이같은 잦은 근육 부상은 치명적일 수 있기에, 더욱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손흥민은 자타공인 한국축구의 에이스다. 물론 A대표팀에서는 토트넘에서 만큼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손흥민은 대체가 불가능한 그야말로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미 많은 것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한국축구에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한국축구는 박지성과 기성용(FC서울)이라는 거목을 너무 일찍 떠나보낸 기억이 있다.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강행군 속 무릎에 큰 통증을 느낀 박지성과 기성용은 일찌감치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은퇴 당시 박지성과 기성용의 나이는 30세. 내년이면 손흥민도 30줄에 접어든다.
손흥민을 아껴야 한다. 물론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다. 토트넘도 '에이스' SON이 필요하고, 한국축구 역시 '캡틴' 손흥민이 절실하다.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선수의 희생만을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렵게 손에 넣은 보석을 가치 있게 쓰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의 선수 관리 시스템이 절실한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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