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전반기 한화 이글스 공략법은 간단했다.
외국인 선발 투수를 앞세우는 것이었다. 전반기 동안 한화는 외국인 투수와 상대한 29경기서 22승을 헌납했다. 외국인 투수 상대 승률이 2할4푼1리에 불과했다.
세부 기록은 더 처참했다. 외국인 투수와 만난 29경기 167이닝 동안 팀 타율은 1할9푼1리(592타수 113안타)였다. 볼넷 67개를 골랐으나, 삼진을 199개나 당했다. 얻어낸 득점은 총 35점으로 경기당 평균 1.21점. 외국인 투수 상대 무득점 경기도 15번이나 됐다. 특히 5월 5일 삼성전부터 5월 29일 SSG전까지 8경기서 외국인 투수 상대로 모두 무득점에 그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6안타 이상을 얻어낸 게 고작 6경기, 3볼넷 이상 경기도 3번에 불과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19번이나 내줬고,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6번이나 허용했다.
각 팀의 1~2선발인 외국인 투수는 소위 필승카드로 꼽힌다. 최하위 한화 입장에선 버거운 상대였던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결과 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이렇다 할 찬스조차 잡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반복해왔다. '외인포비아'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후반기 한화의 행보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5일까지 외인 투수를 상대한 후반기 13경기에서 5승2무6패다. 여전히 승률(3할8푼4리)은 낮지만 전반기와 비교해보면 크게 올라선 수치. 외인 투수와 맞대결한 75⅔이닝에서 팀 타율도 2할5푼(280타수 70안타)로 끌어올렸다. 볼넷(40) 숫자 역시 상승했고, 삼진(79개·경기당 6.08개)은 전반기(경기당 6.86개)보다 줄이는 데 성공했다. 13경기에서 외국인 투수 상대로 무득점에 그친 것은 단 1번에 불과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타선 반등의 원인을 '천적 공략'에서 찾은 바 있다. 그는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등 이달 들어 우리가 그동안 공략하지 못했던 투수를 상대로 득점을 만들었던 부분이 컸다"고 말했다. 앞선 세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헌납했던 뷰캐넌과 다시 맞붙은 지난 12일 대전 한화전(7이닝 8안타 2볼넷 5삼진 3득점)을 떠올린 것. 뷰캐넌 뿐만 아니라 한화는 24일 수원 KT전에서 전반기에만 3승을 내주고 18이닝 동안 단 1점을 얻는데 그쳤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상대로 승리한데 이어, 25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3연패 중이었던 아리엘 미란다를 무너뜨리면서 승리를 챙겼다.
천적 공략에 성공한 뒤 외국인 투수 공략에는 더 자신감이 붙은 모양새. 한화는 뷰캐넌을 처음으로 잡은 뒤 만난 5명의 외국인 투수를 상대로 팀 타율 3할6리(108타수 33안타)다.
반등 요인은 여러 갈래로 분석된다. 한화전에서 어렵지 않게 승리를 따냈던 외국인 투수의 자신감이 타자의 경험과 분석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준비를 하고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기 일쑤였던 한화 타자들의 전반기 모습과 후반기 행보를 비교해보면 한 시즌을 치르면서 쌓은 경험이 시즌 후반부에 긍정적인 결과물로 연결되고 있다고 볼 만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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