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한화 선수들을 보며 활짝 웃던 김선빈의 표정, 너희 팀에겐 이길 마음 전혀 없다는 듯 여리고 해맑았다. 귀여운 속임수였다.
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 경기. 9위와 10위 팀 대결이었지만 많은 야구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된 대전은 전체 좌석 30%까지 관중 입장이 허용되고 있다. 홈팀 한화 팬뿐만 아니라 KIA 팬도 3루 쪽 관중석을 뜨겁게 달궜다. 팬의 응원이 어우러진 진짜 야구가 펼쳐졌다.
9위 KIA와 10위 한화의 승차는 2.5경기(8일 기준). 10일 더블헤더 포함 주말 3연전 결과에 따라 두 팀의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다. 두 팀의 자존심을 건 '탈꼴찌' 결투다.
그런데 최근 두 팀 팬 속내를 복잡하게 만든 중대 변수가 공론화 됐다. 덕수고 강속구 투수 심준석, 내년 전면 드래프트 1순위가 유력한 고교야구 최대어다. 심준석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지 않는다면 올 시즌 최하위 팀은 엄청난 보물을 품에 안을 수 있다.
'9위로 자존심 조금 챙기는 것보다 차라리 꼴찌 해서 심준석을 얻는 게 낫지 않느냐'는 팬들의 전략적인 생각이 있다. 하지만 스포츠 세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처럼 추한 게 없고, 그 꼼수의 결과는 대부분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은 것 같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과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며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단언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한화와 KIA 팬, 모두 '내 팀'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양 팀 선수들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KIA가 조금 더 집중력에서 앞섰다. 특히 김선빈의 활약이 빛났다. 김선빈은 이날 3회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 데 이어 4회 2사 만루에서 싹쓸이 2루타로 팀의 6대4 승리를 이끌었다. 5타수 3안타 4타점의 맹활약. 시즌 타율도 3할을 넘었다.
"5강에서 멀어졌다고 경기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남은 경기 최대한 많이 이기는 게 목표다." 웃는 모습은 참 착해보이지만, 승부에는 진심인 김선빈의 승리 소감이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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