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KIA 타이거즈는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두 가지 갈림길에 섰다. '에이스' 양현종의 잔류 또는 외부 FA 타자 영입이었다.
두 번째 FA 자격을 갖춘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상태였기 때문에 여차하면 가장 취약한 포지션을 강화시킬 외부 FA 타자를 잡으려고 했다.
단, 타이밍이 중요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렀다. 양현종의 빅 리그행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구단은 결단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양현종도 놓치고, 외부 FA 영입도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직면했다. 그래서 양현종과 최종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이 아니면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구단은 외부 FA 영입을 포기하고 양현종 잔류 '올인'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때 지방 타팀의 러브콜로 양현종의 몸값이 껑충 뛰었지만, 구단은 본사를 설득해 선수를 잔류시킬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보장받았다.
스타트를 끊었던 협상은 빠르게 진전될 수 있었다. 다만 빅 리그 진출을 향한 양현종의 의지가 강했다. 바라는 '메이저리그 보장'을 약속한 팀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음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결국 양현종은 해외진출 데드라인으로 정해둔 지난 1월 20일 구단에 열흘을 더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구단은 에이스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요청을 받아들였다.
헌데 양현종이 마음을 바꾸면서 사달이 났다. '메이저리그 보장'이 아니면 안가겠다던 입장을 바꿔 '스플릿 계약'으로 떠나버렸다.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켜주려던 구단은 한 순간에 멍해졌다. 한 구단 관계자는 "외부 FA 타자 계약서를 파쇄할 때 마음이 찢어지더라"며 당시 심정을 전하기도.
사실 KIA는 시즌 중 양현종에게 한 번 더 손을 뻗었다. 지난 6월 중순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지명할당 됐을 때였다. 다만 메이저리그 캠프 초청과 4월 빅 리그 콜업을 위해 '옵트아웃' 권리를 다 써버린 탓에 FA로 풀고 나오지 못했다.
단 마지막 방법이 남아있긴 했다. 선수의 방출 요청이었다. 텍사스 구단이 수용할 지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양현종은 요청을 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1승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에서 네 차례 선발 기회를 받았던 5월 1승만 했더라도 지명할당됐을 시점에 KIA가 내민 손을 잡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양현종이 친정 팀으로 돌아왔다면 KIA는 9위까지 추락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KIA는 지난 7월 치른 6경기에서 전승을 거뒀고, 도쿄올림픽 휴식기 이후 재개된 후반기 2연승까지 8연승을 달렸다. 후반기 초반 애런 브룩스가 대마초 성분 전자담배 구입으로 퇴단 조치되면서 다시 분위기가 가라앉긴 했지만, 양현종이 있었다면 큰 타격을 받지 않았을 여지가 높다. 그 기간 임기영이 '에이스 모드'로 변신했고, 이의리도 올림픽 이후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홀드왕' 장현식과 '타이거즈 최연소 최다 세이브' 주인공 정해영 등 남부럽지 않은 필승조가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가을야구 경쟁도 바라볼 수 있었을 터.
하지만 복귀는 없었다. 친정 팀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혼돈에 빠졌다. 이화원 대표이사를 비롯해 조계현 단장과 맷 윌리엄스 감독까지 지난 1일 성적 부진으로 모두 옷을 벗는 충격적인 결말에 이르렀다. 때문에 시즌이 끝난 뒤 창구가 열릴 것으로 보였던 양현종의 FA 협상도 미뤄졌다.
'양현종이 올해 초 마음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서 1승을 달성했더라면…'이란 가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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