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왼손 주먹이라도 쳐달라고 했는데 끝까지 안해주셨다."
마운드 위에서 냉정한 표정으로 삼진을 잡아낸 투수가 맞자 싶다. 경기 전 후에 보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개구쟁이다.
KT 위즈의 한국시리즈 첫 승을 이끈 윌리엄 쿠에바스는 KT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 승리를 만들어냈다. 지난 10월 3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1위 결정전서 7이닝 무실점의 엄청난 피칭으로 1대0 승리를 만들어냈다. 10월 28일 NC 다이노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108개의 공을 던지고서 이틀만 쉬고 선발로 나왔는데 99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을 삭제했었다.
괴력을 보여주더니 모두가 긴장할만한 한국시리즈 1차전서 7⅔이닝 8탈삼진 1실점으로 또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쿠에바스는 "올시즌 긴 여정이었고, 선수들이 모두 맡은바 역할을 잘해서 오늘 승리가 왔다. 자랑스럽다"면서 "남은 경기도 이겨서 우승을 하는 것이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는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큰 경기에서 더 잘던지는 것에 대해 "압박감이 다르지는 않다. 시즌 때와 같은 경기라고 생각했다"면서 "압박감을 느끼면 내 능력을 다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집중하고 경기를 즐기려 했다"라고 비결을 말해주기도.
교체된 뒤 이강철 감독과의 실랑이에 대해 말하기도. "감독님께서 수고했다고 하시는데 주먹을 부딪히는 것을 원래 이겼을 때만 해주셔서 지금 못해주겠다고 하셨다"는 쿠에바스는 "그래서 왼손으로라도 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그것도 안된다고 하셨다"며 웃었다. 경기후 이 감독은 쿠에바스를 안아줬다.
이날 6회초 박건우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뒤 직접 홈플레이트까지 와서 쓰러진 박건우를 걱정하고 1루로 가는 박건우를 어깨동무하며 위로를 해주기도 했다. 쿠에바스는 "공이 빠져서 맞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라면서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고 뒤로 돌아 숨고르기를 하고 다시 돌았는데 박건우가 쓰러져 있어서 심각한 것 같았다. 다행히 크게 심각하지 않아 한국어로 농담을 했다"라고 말했다.
아버지 얘기를 안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한국에 와서 자가격리를 하다 코로나19 확진이 밝혀졌고 투병 중 사망하고 말았다. 이후 쿠에바스는 구단과 선수들의 배려에 감동했고, "팀을 위해 1000%의 힘으로 헌신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1위 결정전서 호투를 한 뒤 인터뷰에서 "아버지께서 알수없는 에너지를 주시는 것 같다"라고 했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아버지와 함께 했다고. 쿠에바스는 "지금도 아버지께서 도와주고 계시다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벌어지는 것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다른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버지께서 내가 한국시리즈에서 던지는 것을 보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더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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