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최강희 전 전북 현대 감독이 최용수 감독에게 붙여준 별명이 있다. '부잣집 도련님'이다.
2012년 대행 꼬리표를 떼고 첫 해 FC서울에 K리그 우승컵을 선물한 최 감독은 이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에 올려놓았고, 그 해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수여하는 '올해의 감독상'까지 거머쥐었다. 데얀, 몰리나, 아드리아노, 아디, 하대성 등 당대 K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최 감독과 함께 했고, '밀당의 대가'인 그의 리더십도 그라운드를 아름답게 물들였다.
최 감독이 사령탑이 된 지 올해로 만 10년을 맞았다. '부잣집 도련님'은 아득한 추억이 됐고, 지난 연말에는 심장 수술을 받았을 정도로 감독이라는 직업의 풍파는 모질었다.
최용수의 '감독 시계'가 다시 돌아간다. 그는 16일 위기의 강원FC 사령탑에 선임됐다.<스포츠조선 11월 14일 단독 보도> 강원 구단은 "제9대 사령탑으로 최용수 감독을 낙점했다. 명문팀으로 발돋움하길 원하는 구단과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던 최용수 감독은 뜻을 모아 힘을 합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결정까지 긴 시간은 아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함께 쓴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의 간곡한 요청도 있었지만, 발을 떼기가 차마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 열에 아홉은 반대를 했다. 누가 봐도 '도박'이고 '무모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강원은 현재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러야 하는 11위에 머물러 있다. 자칫 발을 헛디딛는 순간, 2부 리그로 떨어질 수 있다. 전임 감독의 '분탕질'로 팀 분위기도 말이 아니다.
그래도 최 감독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를 유혹한 것은 '초심'이었다. 서울 초임 사령탑 시절 최 감독은 종종 감독실 '간이 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가족도 없고, 자연의 소리만 들리는 그곳에서 그림을 그렸고, 축구는 정직했다.
아파 본 사람이 아픈 맘을 안다고 했다.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던 16개월 동안 축구는 더 간절했다. 남은 2경기에서 강원의 생사가 결정되는 벼랑 끝이지만 오로지 축구만을 바라보고 강원행을 선택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축구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최 감독의 솔직한 심경이다. 그곳이 기업구단의 '우산' 속이 아닌 도민구단이라 더 다행이라고 판단했다.
최 감독도 나이 앞 자리 숫자가 '4'에서 '5'로 바뀌었다. 실제 나이는 만으로 하늘의 명을 깨닫는 '지천명' 쉰 살이다. 물론 아직 젊고, 지도자로서 가야할 길이 한참 더 남았다.
"신이 내린 참 재미난 선물이 있다. 내일을 알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내일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악조건 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삶, 나에게도 선물이자 과제다." 최 감독이 입버릇 처럼 하는 이야기다. 강원의 내일은 알 수 없다. 기적적으로 기사회생할 수도, 2부 리그로 추락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축구는 멈출 수 없고, 어느 쪽이 됐든 그가 받아들여할 운명이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항해를 시작하는 최 감독의 내일은 어떤 그림일까. 최 감독은 18일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첫 대면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계획과 각오를 밝힐 계획이다. 강원 사령탑 데뷔전은 28일 오후 4시30분, 그토록 사랑했던 FC서울과의 원정 맞대결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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