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선수가 성장하려면, 이렇게 기회가 있을때 해내야죠(박미희 감독)."
리빌딩 중인 흥국생명에 미래를 맡길 만한 거포가 나타났다.
올해 2라운드 3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정윤주(18)다. 1일 AI 페퍼스(페퍼저축은행)전을 앞두고 만난 박미희 감독은 "예체능은 타고나는 게 중요하다. 점프력, 볼다루는 감각, 리듬감 다 갖췄다"며 정윤주의 재능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리고 이날 정윤주가 '일'을 냈다. 지난달 26일 첫 선발출전한 현대건설전 15득점에 이어 이날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무려 20득점, 팀 승리를 선봉에서 이끌었다.
승부의 결정적 순간마다 정윤주가 있었다. 특히 1세트 19-23으로 뒤진 상황에서 3연속 득점을 따내며 대역전극을 이끌어낸 장면은 어려울 때 더 겁없이 달려드는 정윤주의 스타성을 보여준 대목. 4세트에도 13-6으로 앞선 상황에서 이한비를 2연속 블로킹하며 페퍼저축은행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이정철 해설위원은 "과감하고 머뭇거림이 없다. 레프트가 스트레이트를 잘 때리는 건 중요한 재능이다. 구질도 까다로워 받기 어렵다"며 연신 호평했다.
마침 흥국생명으로선 캣벨과 김미연을 도울 공격수가 필요했던 시즌. 한동안 스타군단을 이끌며 희미해졌지만, 원래 박미희 감독은 유망주 키우기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다.
정윤주는 페퍼저축은행에는 묵은 감정이 약간 있다. 정윤주는 박사랑-서채원과 함께 대구일중-대구여고에서 함께 뛰었다. 대구여고의 첫 전국체전 우승을 이끈 3총사다. 하지만 박사랑이 전체 1순위, 서채원이 3순위로 페퍼저축은행의 선택을 받은 반면, 정윤주는 신생팀 신인 우선지명(1라운드 지명권 5개)에서 뽑히지 못하고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정윤주는 "오늘 친구들 만나서 서로 '살살해라', '우리가 이긴다', '너 완전 다 읽혔다 분석 끝났다' 장난치고 놀았다"면서도 "올해 신인상은 제가 받고 싶다. 그에 맞는 노력을 하겠다. 자신감이 붙었다. 프로 입단하고 나서 (배구에)좀더 능숙해진 거 같다"며 활활 타오르는 열정을 과시했다. 흥국생명은 2005년 황연주를 시작으로 김연경 이재영 김채연 박현주까지 5명의 신인상을 배출한 신인 명가다.
1세트 클러치 상황에 대해서는 "이건 내 손으로 끝내고 싶다, 내가 이 경기를 이끌어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당찬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점프는 타고난 거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코치님이 '넌 점프가 재능이다. 계속 배구해라' 밀어주셨다. 고 1때 서전트 점프가 61㎝ 나왔다. 이후론 재보지 않았다"며 자부심도 뽐냈다.
롤모델은 역시 김연경(상하이 유베스트)과 이소영(KGC인삼공사)였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격할 때 폼이나 다리 움직임 같은 걸 유심히 본다고. '겁없는 신인'은 "(김)연경 언니처럼 한방 있는 레프트가 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인천=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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