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세징야 파이팅!"
제주 유나이티드 간판 공격수 주민규가 7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상 시상식에서 득점왕 트로피를 받은 후 외친 말이다. 함께 자리에 참석한 대구FC의 외국인 스타 세징야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리그 3위 자리를 놓고 다퉜던 양팀인데, 지금은 '깐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주민규가 드러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제주는 이번 시즌 K리그1 4위를 차지했다. 모든 걸 불태웠던 시즌, 나름 성공적이었다. 2년 전 충격의 다이렉트 강등을 당한 뒤 한 시즌만에 K리그1에 복귀했다. 여름 위기를 이겨내고 상위스플릿 진출에 성공했다. 다음 시즌 더 높은 곳으로 치고 나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시즌 사실상 외국인 선수 영입 효과가 '0'이라고 봐도 무방한만큼, 외국인 선수 보강만 알차게 이뤄진다면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를 위협하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난다면 아쉽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할 상황이 운명처럼 만들어졌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여부다. 원래 ACL은 리그 3위팀까지 나갈 수 있다. 그런데 3위인 대구FC가 FA컵 결승 2차전을 앞두고 있다. 1차전 원정에서 1대0으로 이겼다. 11일 2차전 홈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다. 대구가 우승을 하면 FA컵 우승팀에 할당된 ACL 본선 직행 티켓이 돌아가, 3위팀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4위 제주에게까지 내려올 수 있다.
묘한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피터지게 싸우던 경쟁자를, 이제 한마음으로 응원하게 된 제주다. ACL 진출이 너무 간절한만큼, 감독도 선수도 공개적으로 대구 응원에 나섰다.
남기일 감독은 전북과의 최종전이 끝난 후 "집에서 FA컵 결승 2차전을 보며 대구를 응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규는 대구 에이스 세징야에게 파이팅을 외쳐줬다. 제주 정조국 코치는 한 시상식에서 소속팀, 대표팀 후배였던 이근호를 향해 간절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우승을 하면 밥을 사겠다는 공약까지 했다.
제주 관계자는 "전남도 같은 K리그 구성원이기에 드러내놓고 대구를 응원하기는 힘들지만, 제주와 관계된 모든 사람이면 마음 속으로 대구를 응원하지 않겠느냐"며 "두 팀이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인만큼 선의의 경쟁을 펼쳐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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