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상대가 허약하다고 해서 봐주거나, 살살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궁지에 몰린 상대가 더 강하게 반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럴 수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상대가 안타까운 상황이라도 내가 패자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울산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30일 홈구장인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3라운드 홈경기에서 만난 상대는 바로 서울 삼성. 이번 시즌 최악의 경기력으로 현재 8연패에 빠져 있는 꼴찌 팀이다. 삼성은 이 경기마저 지면 3라운드 전패의 수모를 맛보게 된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어떻게든 연패를 끊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유 감독은 "이런 경기가 가장 부담스럽고 걱정된다"고 경기전 말했다. 연패에 빠진 삼성이 죽기살기로 덤비면, 자칫 연패 탈출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경기의 플랜은 '궁지에 몰린 약자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러트리느냐'에 맞춰져 있었다.
노련한 유 감독은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경기 흐름을 최대한 늦추면서 삼성이 스스로의 약점을 노출할 때까지 기다렸다. 여유있게 기다리다 보면, 제 풀에 지칠 것이라고 계산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은 결국 찾아왔다. 삼성이 늘 무너지는 시점, 바로 4쿼터였다.
삼성은 이날 상당히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전반을 35-41로 뒤진 삼성은 3쿼터에 모처럼 득점력이 살아나며 1점차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의 마지막 작전타임 이후 약속된 공격패턴을 막지 못하며 신민석에게 2점을 내주고 3점차로 4쿼터에 들어갔다.
3점차는 해볼 만 했다. 그러나 삼성은 무려 1분20초 동안 무득점에 그쳤다. 기다렸다는 듯 현대모비스 김동준의 3점포가 터졌다. 이때부터 현대모비스가 폭풍처럼 13득점을 쏟아 부었다. 체력이 떨어지는 삼성이 공수에서 약점을 보이자 여지없이 물어뜯은 형국. 삼성은 더 이상 전세를 뒤집을 힘이 없었다.
현대모비스는 손쉽게 80대70으로 승리하며 승률 5할(13승13패)을 맞추고, 공동 4위로 올라섰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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