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하나원큐와 삼성생명이 만난 31일 부천체육관, 양 팀의 시즌 개막전이란 의미 외에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있었다.
우선 하나원큐 김도완 감독의 사령탑 데뷔전인데, 하필 첫 경기부터 친정팀을 만나게 됐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7년간 동고동락한 사이이기에, 사제지간의 대결인 셈이다. 여기에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선발된 삼성생명의 혼혈선수 키아나 스미스의 한국 농구 데뷔전이기도 했다. 1m78의 키로 가드 수준의 신장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활약한 혼혈 교포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WNBA(미국 여자프로농구)에서도 뛰고 있기에, 당연히 관심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키아나는 역시 이름값을 했다. 경기 시작 후 두번째 공격에서 속공에 참여, 가볍게 골밑슛으로 마수걸이 득점을 올린 키아나는 5분여가 지난 후 처음으로 3점슛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공격 기회에서 상대 선수를 한번 제친 후 심플한 슛 동작으로 3점포를 꽂아넣었다. 이어 2쿼터 시작 직후에도 역시 슛 동작으로 상대를 속인 후 다시 3점포를 넣었다.
키아나는 하나원큐 김예진의 적극적인 수비로 인해 트래블링으로 턴오버를 기록하거나, 리바운드를 잡은 후 하나원큐의 단신 선수들이 밑에서 긁어내는 손동작에 공을 뺏기는 등 아직 한국 선수들의 수비 동작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유려한 드리블과 과감한 돌파, 원핸드 레이업슛, 속공 참여 등은 역시 수준급이었다. 어시스트도 5개를 기록했는데, 동료들이 성공하지 못한 찬스를 감안하면 패스 능력도 괜찮았다.
임근배 감독이 경기 전 "내가 주문하는 대로 한국 농구 스타일에 맞추다 보면 한 시즌도 부족하다. 결국 뛰어난 개인기를 최대한 살리면서, 스위치나 트랩 같은 수비 혹은 동료를 살리는 플레이 등 최소한의 팀 플레이 정도를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팀 합류 한 달여만에 빠른 습득력으로 첫 경기부터 이를 보여줬다.
김도완 감독의 하나원큐도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지난 시즌과는 분명 다른 스타일의 농구를 했다. 김 감독의 주문대로 프리 오펜스, 즉 상대가 진영을 갖추기 이전 빠른 트랜지션으로 좀 더 창의적으로 공격을 하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지난 시즌 양인영 신지현 등 2명에만 의존하는 짜여진 공격의 답답함을 상당히 해소했기에, 완성도를 높여갈 경우 나름의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승리는 키아나(21점)에 강유림(26점) 배혜윤(19점) 이해란(11점) 등 무려 4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삼성생명의 차지였다. 삼성생명은 경기 시작 후 12-0까지 일방적으로 앞서갔고, 2쿼터 막판 37-30까지 쫓긴 것을 제외하곤 두 자리 점수차 이상을 계속 유지하며 85대69의 대승을 거뒀다.
부천=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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