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에서 또 다른 '양강 구도'가 형성될 조짐이다.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이 그 주인공이다. 두 팀은 12일 용인실내체육관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 혈투를 펼친 끝에 삼성생명이 85대74로 승리, 우리은행을 제치고 단독 선두에 나서게 됐다.
사실 올 시즌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은행의 독주를 예상하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2017~2018시즌부터 지난해까지 5시즌동안 KB스타즈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시즌 개막을 앞두고 KB스타즈가 팀 전력의 절반이라 할 수 있는 센터 박지수가 공황장애로 인해 합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FA 김단비를 영입하면서 두 팀의 플러스와 마이너스 요소가 확연히 엇갈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KB스타즈의 빈자리를 꿰차며 우리은행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한 것이다. 당초 삼성생명이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WNBA에서 활약중인 혼혈 선수 키아나 스미스를 영입, '다크호스'로 꼽히긴 했지만 첫 맞대결부터 우리은행을 3쿼터 한 때 20점차까지 앞설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일 것은 예상하기 힘들었다.
물론 키아나가 56.25%에 이르는 고감도의 슛 성공율을 바탕으로 무려 27점을 쓸어담았지만, 더 돋보였던 장면은 국내 여자 농구에서 가장 강력한 수비를 자랑하는 우리은행 박혜진 김정은 등 매치업 선수들의 집요한 마크를 뚫어내고 적재적소에 A패스를 꽂아넣는 이타적인 플레이였다. 7개의 어시스트를 배달, 팀 동료들의 공격력까지 살리면서 경기당 평균 62.8실점밖에 하지 않는 우리은행을 상대로 85득점이나 뽑아낸 일등공신이 됐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80점 이상 실점을 하면 이기기 힘들다"고 말할 정도였다.
비시즌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과 더불어 키아나의 합류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강유림의 22득점도 인상적이었다. 골밑, 미들 레인지, 3점슛에다 자유투까지 모든 로케이션에서 쏘아댄 슛이 대부분 림에 꽂히는 절정의 슛 감각에다 4개의 스틸로 우리은행 공격의 예봉을 미리 꺾었다는 점에서 결코 키아나 못지 않은 활약이었다.
여기에 베테랑 배혜윤이 18득점-9리바운드로 여전히 제 몫을 해줬고, 이주연이 6어시스트로 활로를 뚫어주는 등 코트에 나선 모든 선수들이 함께 뛰어주면서 거함을 격침시킨 것이다.
우리은행의 독주로 자칫 시시해질 뻔했던 여자 농구 초반 판도에 엄청난 '파열'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날 경기는 의미가 컸다. 여기에 이 정도의 경기력만 유지한다면 박지수가 합류한 KB스타즈와 함께 '3강' 구도도 형성될 수 있기에 상당한 흥행 요소가 될 것은 분명하다. 두 팀의 2번째 대결은 오는 23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펼쳐진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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