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선수와 코치 사이에서 고민할때 이영민 감독님이 확 끌어주셨죠."
'K리그2 레전드' 고경민(36)이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는 올 시즌부터 부천FC의 플레잉 코치로 활약한다. 고경민은 K리그 역대 최초 3년 연속 해트트릭과 K리그2 최다 골(75골)-최다 공격포인트(100포인트)를 갖고 있는 'K리그2 레전드'다. 지난 시즌에도 경남FC 유니폼을 입고 여전히 위력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27경기서 4골-1도움을 올렸다. 타팀에서 러브콜도 왔다. 현역 연장에 무게를 두던 고경민은 전격적으로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고경민은 "선택까지 많이 힘들었다. 아내는 선수 생활 계속하라고 매일 울 정도였다"라며 "사실 경남과 계약기간이 남아 있었다. 설기현 감독님과 의논을 하다가 청주FC로부터 제안이 왔다. 가도 되고, 남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만 내년에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짜서 출전수가 줄어들 수 있으니 판단하고 결정하라고 해주셨다"고 했다.
청주행을 고심하던 고경민의 마음을 바꾼 것은 이영민 부천 감독이었다. 고경민과 이 감독의 인연은 2013년 FC안양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안양의 창단을 앞두고 이 감독(당시 감독대행)은 내셔널리그에서 뛰던 고경민을 눈여겨 보고 직접 영입했다. 고경민은 "이 감독님은 나에게 정말 감사한 분이다. 선수생활 물줄기를 바꿔주신 분"이라며 "감독님 지도를 받지 않았을때도 자주 뵙고 연락도 드렸다. 이번에도 거취를 두고 의논을 하다가 플레잉 코치 제안을 해주셨다. 갈팡질팡하던 찰나에 감독님이 확 끌어주셨고, 그래서 결정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원래부터 은퇴하면 지도자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왕 시작하는거 이 감독님 밑에서 배운다면 더 좋을거라 생각했다. 정말 경기 많이 보시고, 비디오 많이 보시고, 훈련이나 패턴 잘 짜신다. 내 출발에 좋은 영향을 주실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고경민은 지금까지 284경기를 소화했다. 16경기만 더 하면 프로통산 3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고경민은 "아쉽긴 하다. 하지만 내가 올해 뛴다고 해서 무조건 16경기를 나선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도 공격포인트 100개를 채웠다는데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플레잉 코치인만큼 경기에 나설 수 있지만, 고경민은 "감독님이 코치가 경기장에 들락날락하는거 선수단에 그렇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씀해주셨다. 주변 분들이 '그래도 젊은 선수들이 부족하면 뛸 수 있는 것 아니냐', 하시는데 감독님이 '바람 넣지 말라'고 하시더라. 나도 마음을 접었다"고 웃었다.
지도자로 변신한 고경민은 철학이 확실한 감독을 꿈꾸고 있다. 그는 "공교롭게도 선수생활 하면서 거의 매년 지도자가 바뀌었다. 내가 팀을 이동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감독님이 오셨다. 다양한 감독님을 모시고 다양한 부분에서 장점, 단점 등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철학이 확실한 분을 만나면 확실히 얻는게 있었다. 나도 그렇다면 선수들이 인정해주지 않을까 싶다"며 "이제 첫 발을 뗀 만큼 어떤 지도자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배워가면서 나만의 철학을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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