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아, 그럼 우리 팀이 실점하는 장면도 봤겠네요."
이기형 성남FC 감독(49)이 '허허'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연습 경기에서 0대1로 패한 뒤 관전평을 물은 상황이었다. 성남은 지난달 태국 치앙마이에서 2023시즌을 준비했다. 냉정히 말해 상황은 좋지 않았다. 성남은 지난해 K리그1 최하위를 기록했다. K리그2(2부) 무대로 추락했다. 김민혁(울산 현대) 박수일(FC서울) 등 그동안 주축으로 뛰던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구단 외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지방선거, 이재명 전 성남시장 시절 비리 의혹 제기 등으로 구단 사무실이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신상진 현 성남시장은 구단 매각을 언급하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 속 '이기는 형' 이 감독이 성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성남 일화(성남 전신) 선수 출신으로 위기의 순간 '옛 팀'으로 돌아왔다. 이 감독은 과거 인천 유나이티드의 감독대행을 맡아 '이기는 형' 리더십을 선보이며 팀을 강등 위기에서 구했다. 이후 인천, 부산 아이파크에서 안정적인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분석관으로도 활약했다.
이 감독의 현실 분석은 명확했다. 그는 태국에서 진행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팀 사정상 기존 선수들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선수들이 떠난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동계전지훈련에서 연습 경기를 통해 선수단 호흡을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번에 연습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은 대부분 경험이 적다. 지난 시즌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라인업도 완벽하지 않다. 태국 훈련 때는 '장신공격수' 뮬리치만 합류한 상태였다. 연습 경기 상대였던 제주가 새 외국인 선수 조합을 점검할 때 성남은 반쪽 훈련만 진행한 셈이었다. 이 감독은 "외국인 선수는 일단 두 명으로 갈 생각이다. 뮬리치가 있고 중앙 수비수를 한 명 더 뽑았다. 여름 이적시장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성남은 최근에야 호주 출신 수비수 패트릭 플로트만을 영입했다. 이 감독은 "패트릭은 본인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수다. 스피드 있는 선수로 수비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늦게 합류한 만큼 선수들과 잘 소통하고 팀에 잘 적응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라운드 안팎으로 뒤숭숭한 상황이지만 이 감독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이전에도 힘든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며 "새 시즌을 앞두고 몇몇 선수가 새로 합류했다. 그동안 많은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 그만큼 간절한 선수들이 많다. 모두 그 간절함으로 똘똘 뭉쳤다. 하나 된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은 문창진 박상혁 신재원 유주안 등을 영입했다.
이 감독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 이겨내야 한다. 많은 응원이 필요할 때다.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만큼 기대를 갖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과 선수들은 태국에서의 치열한 훈련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선수단은 남해로 이동해 18일까지 2차 훈련에 돌입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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