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김시은이 '다음 소희'를 통해 또 하나의 세상을 경험하게 됐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콜센터에 현장 실습을 나간 소희를 연기하며 차갑고 절망적인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8일 개봉한 영화 '다음 소희'에 출연한 김시은은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나 "시간이 지날수록 인물의 감정이 변화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점점 더 로봇같이 기계적으로 대사를 내뱉으려고 했다. 자기 전에 한 번, 일어나자마자 한 번, 길을 걸어가면서도 중얼거리며 연습을 했다"고 전했다.
어두운 캐릭터인 만큼, 연기하면서 힘든 점도 고백했다. 김시은은 "고객 분이 성희롱 하는 장면은 수치스러웠고 이런 표현을 하면 안 되지만 '불쾌하고 더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소희는 초반부터 눈물을 보이진 않고 후반부에 갈수록 감정을 터뜨리게 된다. 충분히 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잘 참아내야만 했는데 연기하면서 계속 눈물이 나더라. 감독님이 울면 안 된다고 하셔서 테이크를 여러 번 갔다. 일이 힘들어서 엄마한테 '일 그만두면 안 돼?'라고 말하는 장면도 울면 안 됐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났던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에서 보여준 김시은의 열정은 선배인 배두나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배두나는 최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김시은은 정말 소희 그 자체였다"며 애정 어린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김시은은 "배두나 선배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항상 현장에서 잘하고 있다는 눈빛으로 응원을 보내주셨고 또 얼마나 작품을 사랑하고 아끼시는지 몸소 보여주셨다"며 "저도 나중에 선배처럼 후배들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응원 할 수 있을지 또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오디션 당시 배두나의 출연 소식을 알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인지 '내가 감히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오히려 기대를 안 하고 오디션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소희 캐릭터는 제 또래 배우라면 모두 탐낼만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저 말고도 좋은 배우들이 너무나 많지 않나"라며 겸손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정주리 감독을 향한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그는 "아무도 알지 못한 저의 속 이야기를 오디션 현장에서 꺼내놓게 됐다. 제 이야기를 듣고 감독님께서도 깊은 공감을 해주셨다"며 "극 중 소희가 춤을 좋아하는 역할이다 보니, 혹시 몰라서 춤을 준비해 갔다. 감독님께는 학교에서 장기자랑이 있으면 매번 나갔다고 말씀드린 뒤, 오디션 합격 후에는 엄청 연습을 열심히 했다. 고등학생의 이야기여서 걸그룹 댄스를 시키실 줄 알았는데, 힙합 장르 춤을 추게 됐다(웃음). 워낙 어렸을 때부터 몸을 쓰는 걸 좋아했고 학창 시절에는 소녀시대 Gee를 추면서 자라왔는데 최근에는 뉴진스에 빠져들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다음 소희'는 한국 영화 최초로 제75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김시은은 "저의 첫 번째 영화는 조한철 감독님의 '너와 나'인데, 상영을 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해외 영화제에 초청을 받고 좋은 소식도 듣게 됐다. 해외 관람객 분들이 작품을 보시고 '여기에 소희는 없지만 네가 시은이로서 잘 살아줘서 고맙다'면서 안아주셨다. 전혀 불쾌한 감정이 아니라 아껴주시고 보듬어주신 느낌이었다. 작품이 개봉하면 국내 관객 분들도 어떤 반응을 보내주실지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 세계에 있는 '소희'들을 위한 위로와 응원도 잊지 않았다. 김시은은 "어딘가에 '다음 소희'가 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쉽사리 말을 꺼내놓기가 어렵다"며 "우리 모두가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뭔가를 꼭 해내지 않아도 태어난 것만으로 정말 귀한 존재들이라는 걸 작품을 통해 잘 전달하고 싶다"고 바랐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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