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최희주. 면접을 앞둔 대학원생이다. 어제 울버햄턴 경기를 직관하고 돌아왔다. 오늘 오전 버킹엄 궁전에서 근위병 교대식을 관람하고 바로 토트넘 경기를 직관하러 간다. 손흥민 경기 직관은 처음이라 너무 떨린다.'
지난 6일, 토트넘과 맨시티의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열린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 앞에서 제2~3의 최희주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사는 곳, 하는 일, 생김새가 다른 이들은 한 가지 공통된 목적을 갖고 같은 장소에 모였다. 이들의 목표는 '손세이셔널' 손흥민(31·토트넘)의 실물을 보는 것, 친필사인을 받는 것, 손흥민이 눈 앞에서 골을 넣고 '찰칵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 아니 골을 넣지 않아도 좋으니 건강하게만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 통칭해서 '손흥민'이다. 토트넘 상품을 파는 메가숍에는 손흥민의 7번 유니폼을 구입하기 위한 한국인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축구여행사들은 "참가 인원을 모집하기 위해선 토트넘의 홈경기를 중심으로 일정을 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트넘 홋스퍼스타디움은 어느덧 한국 팬들에게 빅벤처럼 꼭 들러야 할 런던 명소가 됐고, 손흥민을 배경으로 찍는 셀카는 '인생컷'이 된다.
10일, 토트넘의 레스터시티전 사전 기자회견 참석차 찾은 북런던 엔필드에 위치한 토트넘 트레이닝센터 '홋스퍼 웨이' 정문 앞에는 네 그룹이 모여있다. 전주 출신 전북 현대팬이라는 김기범씨(21)는 "어제, 손흥민 선수가 훈련장 앞에서 팬들에게 인사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오늘 가면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손흥민을 보기 위해 남동생과 온 김세린씨(27)는 "손흥민 선수를 볼 수 있다면 오늘 하루가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오자 이들은 한목소리로 "손흥민이 탄 차량이 그냥 지나갔다"며 크게 아쉬워했다. 팬들은 히샬리송의 사인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국내 평가전이 아닌 해외 경기 직관을 위해선 많은 시간과 큰 비용이 든다. 여행사를 낀 팬은 5박7일 일정에 항공료, 숙박비, 경기 티켓 포함 500만원 정도가 든다고 귀띔했다. 셀프 여행에 나선 팬은 7박9일 일정에 500~600만원의 경비를 잡았다. 김기범씨는 "어린시절부터 차곡차곡 모은 돈의 절반을 '몰빵'했지만, 이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4년차 커플 박성렬씨(27) 김보연씨(26)는 2주간의 유럽 여행의 시작을 토트넘에서 했다.
토트넘 홋스퍼스타디움과 레스터시티 홈구장 킹파워스타디움, 토트넘 훈련장 앞에서 만난 팬들에게 물었다. 왜 손흥민에 열광하느냐고. 무엇에 끌리느냐고. 김건민씨(21)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전 득점한 순간"부터 손흥민을 좋아했다고 했다. 홍콩에서 온 손흥민팬 엔젤(28)은 과거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손흥민과 나란히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손흥민은 잘 생기고, 스킬이 좋고, 에티튜드도 좋다"고 엄지를 들었다.
손흥민 열풍은 수년째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21~2022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상을 수상한 뒤로 바람의 세기가 더욱 강해졌다. 이번 시즌 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작년과 다른 행보는 팬들이 손흥민을 목청껏 응원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스물넷에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어느덧 서른살을 넘겼다. '전성기 손흥민'의 '치달(치고달리기)'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희주씨는 "손흥민도 나이가 어느 정도 찼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팬들은 오늘도 '손흥민'을 위해 런던행 비행기에 오른다.
런던(영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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