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은 1라운드에서 일본과 대결한다. 일본 대표팀의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작년 10월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KBO리그 플레이오프를 시찰했다. 그때 구리야마 감독은 LG의 셋업맨 정우영에 대한 경계감을 말했다. 그 배경에는 제2회 WBC 우승감독의 한 마디가 있었다.
구리야마 감독은 TV 프로그램의 기획으로 14년전에 일본 대표팀을 이끈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과의 대담에서 이런 조언을 받았다.
"단기전에서는 몸 쪽으로 오는 공에 두려워하는 타자는 안됩니다. 처음 만나는 투수의 움직이는 빠른 볼에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면 칠 수 없지요. 그래서 항상 겁 없이 타석에 들어갈 수 있는 타자, 특히 우타자의 존재가 꼭 필요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구리야마 감독은 하라 감독의 생각을 이해하면서, 반대로 타자 입장에서 어떤 투수가 나오면 싫은지 상상했다. 그런 상황에서 직접 봤던 투수가 바로 정우영이었다.
정우영은 신장 1m93, 장신의 사이드암 우완투수다. 투구의 9할 이상이 투심 패스트볼인 정우영의 경우, 처음으로 만나는 우타자에 있어서 자기쪽에 볼이 오는 느낌을 준다. 그 투심이 구속 150㎞대 라는 것도 가장 큰 장점이다. 구리야마 감독은 그런 정우영의 피칭을 보고 "볼이 어디로 올지 모르는 투수는 무섭다"고 말했다. 그 말 속에는 몸에 맞는 볼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작년 시즌 정우영이 준 사구는 6개. 모두 다 우타자였다. 포수가 몸쪽을 요구해서 몸에 맞은 것은 2번 뿐이고 남은 4개는 포수의 미트는 바깥쪽에 있었지만 공은 정반대로 갔다. 정우영은 구리야마 감독의 말 그대로 "볼이 어디로 올 지 모르는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정우영은 제구력을 자랑하는 투수가 아니다. 대표팀이 합숙 훈련을 하는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만난 정우영 본인도 그걸 알고 있었다.
"저는 경기 후반에 나오는 투수로서 제구력보다 힘으로 압도하는 구위가 먼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우영은 사구를 준 타자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 "결과적으로 몸에 맞는 볼이 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투수로서 제구력이 좋은 투수는 좋긴 좋지만 정우영의 경우 상대 타자가 싫어하는 피칭을 하는 것이 대표팀에서 맡은 임무 중 하나다. 사실 정우영이 사구를 준 6명의 타자 중에 2명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최 정(SSG)과 박건우(NC)다. 최 정의 경우 하이패스트볼, 박건우의 경우 바깥쪽에 던지려고 한 볼이 빠져서 몸에 맞게 됐다. 정우영은 이번 훈련 기간동안 이 2명의 타자에게, 타자 입장에서 투수가 어떤 행동하면 싫어할 지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은 투구 뿐이 아닌 던지는 타이밍이나 마운드에서 타자에게 주는 시선, 태도 등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합숙 훈련은 팀 플레이 확인이나 연습경기도 중요하지만, 선수간의 의견교환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시간에서 생긴 의식 하나가 결과를 좌우할 것도 있을 것이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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