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키노 베테랑 메모리얼 스타디움.
이날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2루수 김혜성은 벤치를 지켰다. 그가 비운 자리엔 등번호 없는 대표팀 유니폼에 KT 위즈 스프링캠프 모자를 쓴 낯선 선수가 자리를 잡았다. 이 선수가 수비를 마치면 대표팀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이달 초부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훈련 중인 KT 위즈는 WBC 대표팀 연습경기 때마다 지원 선수를 파견 중이다. 현재 대표팀 야수는 13명으로 실전 로테이션을 하더라도 일부 선수는 풀타임으로 뛰어야 한다. 부상 및 체력 방지를 위해 대표팀이 KT에서 선수를 빌려 쓰고 있다. 대표팀이 NC 다이노스, KIA 타이거즈, KT와 차례로 연습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KT는 손민석 강민성 류현인 강현우 등 젊은 유망주들을 대표팀에 파견하고 있다.
시즌 준비가 한창인 캠프 기간 타 팀에 선수를 빌려주는 일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대표팀 사령탑인 이 감독이 본래 KT 감독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자칫 부담스런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KT는 "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을 적극 지원하라"는 나도현 단장의 방침 아래 매 경기 선수를 파견하고 있다.
이 감독과 나 단장은 지난해 WBC 대표팀 사령탑 선임 시점부터 끊임없이 소통하며 이번 미국 훈련 일정을 조율했다. 이 감독이 대표팀 소집 후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도 차질 없이 시즌 준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 방향을 정립했다. 데이터기획팀장을 거쳐 단장직을 맡은 나 단장은 지난해에도 현장과 소통하며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 및 트레이드 작업을 발빠르게 진행해 팀의 가을야구행에 일조한 바 있다. 현장을 중심으로 하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았다. 이런 여건 속에서 KT는 이 감독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김태균 수석코치를 중심으로 팀 방향성에 맞춰 착실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비록 파견 신분이지만, 대표팀과 함께 호흡한 선수들은 감격을 숨기지 않고 있다. 강민성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같이 야구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엄청나게 좋은 공부가 됐고, 동기부여가 됐다. 나도 나중에 국가대표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류현인도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과 뛰어서 값진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부족한 걸 많이 느꼈지만, 배울 점도 많아서 좋은 기회가 됐다"고 했다. 24일 KT전에서 대표팀 소속으로 나서 2타점을 기록한 손민석은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어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경기를 뛸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공부가 됐다"는 생각을 밝혔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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