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최고의 팬서비스인가, 아니면 상대 기만 행위인가.
너무 여유를 부렸던 탓일까. 결과는 충격의 역전패였다. 멕시코가 사상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 진출을 앞두고 무너졌다.
멕시코는 21일(한국시각)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일본과의 대회 준결승전에서 9회 무라카미에 끝내기 역전 결승 2타점 안타를 얻어맞고 5대6으로 패했다. 9회 1이닝만 막으면 첫 4강에 이어 결승까지 오를 수 있었다. 결승 상대는 미국. 이미 조별리그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자신감이 붙을 수 있었는데, 마지막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날 경기 가장 눈에 띈 건 바로 멕시코의 톱타자 란디 아로사레나였다. 공-수 모두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견인하는 듯 했다. 하지만 팀이 패하니 개인 활약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최고의 플레이는 5회말 오카모토의 홈런 타구를 펄쩍 뛰어 걷어낸 것이었다. 넘어가는 타구를 정확한 타이밍에 점프해 그림같이 잡아냈다. 엄청난 박수를 받아야 마땅한 플레이였다.
쇼맨십도 대단했다. 처음에는 못잡았다는 듯 무표정하게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잡은 공을 환호하는 외야 관중에게 건넸다. 사인까지 해줬다. 그러니 다음 이닝 수비 교대시 많은 팬들이 그에게 공, 유니폼과 팬을 던지며 사인을 요청했다. 신난 아로사레나는 열심히 사인했다.
선수가 경기 도중 팬에게 사인을 해준다는 건 정말 보기 드문 일이다. 경기에 집중하기도 바쁘다. 여기에 상대를 기만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렇게 대충 시합해도 우리가 이겨'라는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만약 KBO리그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팬들의 비판은 물론, 상대 팀의 빈볼을 맞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로사레나라면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가장 유쾌하게 즐기고 있는 선수였다. 더그아웃에서 얼굴을 전부 가리는 마스크를 쓰기도 하고, 안타를 칠 때마다 세리머니에 공을 들였다.
문제는 경기를 이겼다면 모든 게 멋있어 보였을텐데, 충격의 역전패를 당해버렸으니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아로사레나의 이런 행동이 일본 선수들의 전의를 더 불타게 했을지도 모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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