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루수 출신이라 포구에 문제가 없다. 1루를 겸하면서 활용 폭이 넓어졌다."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22)의 1루 겸업은 과연 정답일까.
'자질 자체가 다르다'는 호평을 받아온 유망주다. 지난해 후반기 타율 4할1푼4리를 기록하며 시즌 타율도 3할1푼6리까지 끌어올렸다. 성공적으로 리그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즌초 부진이 심각하다. 타율 1할5푼4리(13타수 2안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KBO리그 타구 속도 1위(144.2㎞, 스포츠투아이 기준)를 기록했던 '라인드라이브 장인'의 면모를 좀처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도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의 플래툰 기용으로 우완, 사이드암 투수만 상대한 결과다. 오원석(SSG 랜더스) 웨스 벤자민(KT 위즈) 등 좌완 선발을 상대할 때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지난해 우투 상대 OPS(출루율+장타율, 0.846)보다 좌투 상대(0.724)가 훨씬 낮았다. 서튼 감독은 고승민의 좌투 상대 타격에 대해 "앞으로 발전하리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플래툰보다 눈에 띄는 점은 1루 수비에 대한 부담감이다. 시범경기에선 우익수를 겸했지만, 정규시즌 들어서는 1루수로만 출전중이다.
롯데 외야는 외국인 선수 잭 렉스가 외야 한 자리를 맡고 있고, 남은 두 자리를 두고 안권수 황성빈 고승민 신윤후 등이 번갈아 나서는 모양새다. 시범경기에서 안권수와 황성빈의 타격감이 좋았고, 서튼 감독이 원하는 다이내믹한 야구에 딱 맞는 활약상을 보여줬다. 신윤후 역시 비슷한 타입의 선수다.
반면 고승민은 발이 느리진 않지만, 소위 '쌕쌕이'들만큼 빠르진 않다. 또 외야 수비 경험이 많지 않아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대신 강한 어깨를 지녔다. 데뷔 당시 2루수였던 고승민을 외야로 전향시킨 이유는 보다 타격에 집중할 수 있고, 스피드와 어깨, 타격 능력을 두루 갖춘 '툴가이'의 성장을 위해서였다.
1루수 겸업은 이를 역행하는 모양새다. 특히 우익수 자리에 차차 적응해가던 고승민이 1루를 겸하면서 흔들릴 개연성은 충분하다.
1루수는 단순히 내야수들의 공을 받아주고, 1루 방면 타구만 처리하는 선수가 아니다. 3루수와 마찬가지로 번트 수비를 해야하고, 커트맨부터 커버까지 상황에 맞게 넓은 범위를 움직이며 다양한 역할로 전환해야한다. 내 눈앞의 공에만 집중하는 외야수와는 다르다. 필딩 역시 좌타자의 잡아당긴 강습타구를 상대해야한다.
올시즌 1루수 고승민을 보면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점에 어려움을 느끼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 부담감이 타격에서도 드러나는 모양새다.
멀티 포지션을 통해 선수의 활용 폭을 넓힌다는 방법은 이상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팀의 중심타자이자 미래를 맡길 선수라면, 고정적인 포지션을 주는게 나을 수도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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