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것이 재계약 감독의 여유와 뚝심인가.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이 한 번에 세 마리 토끼를 다잡았다.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끈 감독이 되더니 대단한 뚝심으로 의미 있는 승리를 만들어냈다.
SSG는 23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9대7 승리로 가져가며 3연전을 스윕했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던 강팀 키움을 상대로 주말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에게 엄청난 선물을 했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경기 9회초. SSG는 6-4로 앞서다 8회초 6-6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8회말 키움 마무리 김재웅을 무너뜨리며 9-6으로 점수를 벌렸다.
하지만 SSG에는 마무리가 없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서진용을 절대 등판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시즌 1승8세이브 평균자책점 0.00으로 최강 마무리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서진용. 20일 KT 위즈전부터 22일 키움전까지 3연투를 했다. 김 감독은 서진용의 페이스가 아무리 좋더라도, 시즌 초반 4연투는 무리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선수 보호가 우선이라는 것이었다. 선수 개인 기록과 상승세도 중요하지만 시즌을 길게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돌아갔다. 대체 마무리로 들어간 베테랑 노경은이 깔끔하게 이닝을 막아줬다면 좋았겠지만, 제구 난조 속 흔들렸다. 마지막 이형종의 병살타가 아니었다면 게임이 넘어갈 뻔 했다. 스윕, 연승의 기회가 날아가면 SSG에는 충격이 클 뻔한 경기였다. '아, 무리하더라도 서진용을 대기시킬 걸'이라는 후회가 들었을 게 뻔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노경은을 믿었다. 마지막 이형종을 상대로 다른 투수를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경은을 믿었고 노경은은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4연승으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서진용을 쉬게 해줬다. 노경은에게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줬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우승할 때 만큼이나 기분 좋은 경기였을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 후 3년 총액 22억원이라는 최고의 조건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감독은 많은 연봉을 받지만 엄밀히 말하면 비정규직 회사원이다. 때문에 최대한 오래 회사 생활을 하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재계약을 앞두고 있거나, 경질 위기에 빠진 감독들은 자기도 모르게 승리에만 집착해 무리한 승부수를 던질 때가 많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번 시즌 여유가 있어 보인다. 재계약 첫 시즌이 가장 행복할 때다. 투수 운용만 봐도 그렇다. 최민준을 새로운 필승조로 키우고 있고 이로운, 백승건 등 어린 투수들을 중요한 순간에 투입하며 기회를 주고 있다. 송영진도 뛰어난 선배들 틈에서 선발 수업을 받는 중이다. 2년 후 다시 재계약으로 고민해야 할 때, 자신을 도울 자원들을 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시즌 성적까지 어느정도 낸다면 SSG에서 김 감독의 감독 인생은 탄탄하게 풀릴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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