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사령탑의 지략은 그라운드를 화려하게 만든다. 2023시즌 초반 K리그 무대를 팔색조로 물들이고 있는 지도자는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다.
지난 8일 광주전은 '갓기동'다웠다. 전반을 득점없이 마치자 후반 신박한 전략을 폈다. 2-0으로 앞선 후반 20분부터 제카와 이호재, 두 장신 스트라이커를 측면으로 배치시켰다. 높이와 파워를 갖춘 두 선수를 측면에 두며 상대 풀백들의 공격 가담을 봉쇄했다. 광주는 후반 볼점유율을 65%로 더욱 높였지만, 슈팅은 단 1개 뿐이었다. 이정효 광주 감독도 "제카와 이호재를 측면에 둘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갓'기동의 수가 더 높았다.
지난 22일 울산과의 시즌 첫 '동해안 더비'에서도 김 감독의 기묘한 전술이 나왔다. '식스 백(6-back)'이었다. 이날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한 김 감독은 심상민-그랜트-하창래-박승욱으로 포백 수비라인을 구성했다. 그런데 전반 13분 고영준의 선제골이 터진 뒤 극단적인 수비 전략을 펼쳤다. 좌우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캡틴' 김승대와 김인성에게 사실상 풀백 미션을 내렸다. 수비 시 김승대와 김인성이 포백 라인까지 내려와 라인을 맞추면서 상대 측면 공격수를 막는 수비수로 변신했다. 4명의 수비수가 순간 6명으로 늘어났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기존 포백 자원들의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다. 심지어 상대 주포 주민규와 루빅손을 두 명씩 마크해 봉쇄할 수 있었다. 김인성과 김승대가 주어진 미션을 잘 수행하자 주민규와 루빅손의 공격력은 급감했다. 주민규는 후반 15분 상대 실책을 틈타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에 성공했을 뿐 필드 플레이에선 포항 수비진을 뚫기에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루빅손은 이날 슈팅 1개에 그쳤다.
김 감독은 상대의 약점을 잘 찾아내 공략하는 지도자다. 또 그곳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전략으로 승점 3점을 챙긴다. 무엇보다 자신의 전략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잘 이행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기본적인 틀이 깨지지 않는 선에서 팀은 변화무쌍하게 대응한다. 김 감독의 팔색조 전술 덕에 K리그 통산 175번째 '동해안 더비'는 또 한 번의 명승부로 장식됐다.
포항은 25일 수원 삼성과의 K리그1 9라운드 홈 경기에서 개막 9경기 연속 무패에 도전한다. 수원은 2무6패로 아직 시즌 첫 승을 올리지 못해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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