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고등학교 때에도 이런 경기장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결국 '포항 사나이'가 나섰다. KBO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포항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3연전을 진행했다.
포항은 삼성의 제 2 연고지다. 지역 팬서비스 및 프로야구 저변 확대 차원으로 2012년(2020~2021년 코로나19 여파로 제외)부터 삼성 경기 일부를 편성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현역 시절 400홈런을 날리는 등 포항은 프로야구의 많은 추억을 품었다. 그러나 시설은 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온전한 경기력을 담기에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첫 경기부터 문제가 생겼다. 4일 경기 전 비가 오락가락했다. 경기 직전 비가 그치면서 개시는 불가피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기가 열렸지만, 그라운드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인조잔디인 만큼, 미끄럽고 타구는 예측 불가가 됐다.
더 큰 문제는 마운드에 있었다. 투구판이 미끄러워서 투수들은 제대로 힘을 실어 공을 던지지 못했다. 마운드의 흙도 물러지면서 투수 스파이크 곳곳에는 흙이 박혀 빠지지 않았다. "부상이 걱정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했다. 경기 중간 그라운드를 정비하기도 했다. 두산 투수 정철원은 몸을 풀기 위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4일 결승 홈런을 친 두산 김재환은 "팬들이 있고, 관중이 있으니 주어진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역할이다. 상황이 좋지 않아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아쉬웠던 그라운드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5일 경기를 앞두고 삼성 강민호도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제주도에서 초등학교를 나왔지만, 포철중-포철공고를 졸업한 '포항인'의 목소리였다.
강민호는 "포항시 측에서 경기를 해달라고 요청한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부탁드리고 싶다"고 운을 뗐다.
강민호는 "프로 선수들이 경기할 수 있도록 그라운드를 제대로 관리해주셨으면 한다. 고등학교 때에도 이런 야구장에서는 안했다. 타석에 들어서면 진흙탕과 같아서 발이 움푹 들어갔다"고 토로하며 "포항에 오는 건 좋다. 다만, 이런 환경이 아쉽다. 부상 위험도 크고 경기력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17년 12월 포항 지진 돕기 성금으로 1억원을 내는 등 강민호의 포항에 대한 애정은 상당하다. 그만큼, 자신이 선수의 꿈을 키웠던 지역의 환경이 좀 더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작심발언'인 셈이다.
포항에서는 두산-삼성 3연전 이후 8월 1일부터 3일까지 KIA 타이거즈와 삼성의 3연전이 열린다. 약 한 달의 시간 동안 개선 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포항=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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