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주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견제 동작은 봉인됐다. 하지만 탈삼진 능력은 변함 없었다. 홈런이 옥에 티였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체스가 두 번째 등판에서도 인상적인 피칭을 펼쳤다. 산체스는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6⅔이닝 4안타(2홈런) 1볼넷 10탈삼진 4실점했다. 총 투구수는 94개.
이날 경기에 앞서 심판진은 산체스의 세트 포지션에 '일관성'을 강조했다. KT와의 데뷔전에서 불거진 세트 포지션 동작과 이중 키킹 문제를 지적한 것. 오해의 소지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이중 키킹에 대해선 팀 차원에서 자제를 요청한 가운데, 세트 포지션도 어느 정도 수중될 것으로 보였다. 이날 경기서 산체스는 KT전과 달리 평범한 세트 포지션과 이중 키킹 동작 없이 투구를 이어갔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4㎞였으나 구위와 제구 모두 나무랄 데 없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산체스의 투구였다. 이날 산체스는 투구판 끝부분에 발가락만 살짝 걸친 형태로 공을 던졌다. 우타자 입장에선 산체스가 거의 대각선 지점에서 공을 던지는 느낌을 준 반면, 좌타자에겐 몸쪽 공이 더 깊숙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정민철 해설위원은 "대개 투수들이 투구판을 밟으면서 힘을 얻는데 반해, 산체스는 거의 발가락만 걸친 수준"이라고 짚었다.
KBO리그 데뷔전에서 선보였던 스위퍼의 위력도 여전했다. 직구처럼 날아오다 큰 각으로 휘어지는 스위퍼에 두산 타자들은 좀처럼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3회까지 두산 타선이 한 바퀴 도는 동안 산체스는 6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직구(48)와 더불어 투심(2개), 커터(17개), 체인지업(14개), 투구 추적 장비 상으로 슬라이더로 찍힌 스위퍼(12개)까지 다양한 구종으로 상대 타자 방망이를 이끌어내는 팔색조 투구를 펼쳤다.
하지만 산체스는 이날도 홈런으로 잇달아 실점했다. 5회초 1사후 호세 로하스에 우월 동점포, 6회초 허경민에 좌월 역전 솔로포를 맞았다. 두 개의 피홈런 모두 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간 실투성 공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굳이 공을 빼지 않고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는 모습을 보인 산체스였지만, 9연승을 달리고 있던 두산 타자들은 한 번의 실투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보였다. 다양한 공을 가진 산체스지만, 향후 등판에선 레퍼토리 면에서 고민을 해볼 만한 지점.
투구 수 100개가 가까워진 지점에서 체력적 문제도 엿보였다. 투구 수 79개로 출발한 7회초 1사후 2루타를 내준 뒤 볼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로하스에 볼넷을 내준 뒤 서재응 투수 코치가 한 차례 마운드에 방문했고, 산체스는 강승호를 2루수 뜬공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잇달아 볼을 던지면서 흔들림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후 등판한 최지민이 대타 박계범을 사구 출루시킨 뒤 박준영에 싹쓸이 3루타를 맞으면서 산체스는 승계 주자 실점까지 더해진 채 패전 멍에를 썼다.
두 경기를 치르면서 드러난 산체스의 투구는 '이닝 소화 및 실점 억제력을 갖춘 외국인 투수'라는 KIA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두 번째 등판을 통해 틈도 어느 정도 드러난 게 사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전개될 후반기 상대팀의 송곳 분석은 더욱 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이날 드러난 공과를 면밀히 분석해야 할 산체스와 KIA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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