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54)은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명예의 전당'에 선수 부문 초대 헌액자로 선정됐다. 1992년 포항에서 프로 데뷔한 그는 첫 시즌부터 리그 우승, 베스트11, MVP를 석권했다. K리그 통산 156경기에 출전했다. 리그와 리그컵 우승을 한번씩 차지했다. 홍 감독은 K리그를 너머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얼굴로 거듭났다.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 136경기를 소화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주장'으로 한국을 이끌었다. 미국, 일본 리그에서도 뛰었다. 홍 감독은 '올타임 올스타'로 각종 이벤트 행사에 초대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올스타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 올스타, 일본 J리그 디비전1 올스타 등 각종 올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올스타 단골 손님' 홍 감독이 또 한 번 올스타전에 나섰다. 그는 지난 27일 K리그 올스타인 '팀 K리그' 지휘봉을 잡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 대결했다. 홍 감독은 그 누구보다 올스타전에 진심이었다. 그는 결전을 앞두고 "상대는 전술적으로 분명한 색을 지닌 팀이다. 특히 수비 조직력은 세계적인 팀이다. 우리는 각자 팀도 다르고, 훈련할 시간도 없고, 개인적인 특성도 잘 모른 상태에서 해야 하다. 그래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축구에서 유일한 랭귀지는 '볼'이다. 볼을 중심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완벽하게 팀 K리그의 랭귀지를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뚜껑이 열렸다. 팀 K리그는 경기 초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상대에 선제 실점하며 흔들렸다. 포기는 없었다. 마지막까지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홍 감독은 전후반 180도 다른 라인업을 가지고 가는 승부수를 던졌다. 적중했다. 팀 K리그는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이순민(광주FC)의 극적 결승골로 3대2 승리했다. 팬들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를 향해 '잘~가세요'를 외치며 환호했다.
경기 뒤 홍 감독은 "올스타전이라고 설렁설렁하는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분위기를 강하게 잡아간 것은 아니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주문한 것을 외국인 선수들까지 잘 따라주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올스타전에 진지하게 임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어린 선수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올스타전이라고 하면 그 리그에 있는 최고 기량, 인기를 가진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많은 분들의 관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붐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이벤트 경기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바뀐 것이 해외팀이 와서 K리그와 경기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그냥 올스타전에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해외팀과의 경기는 K리그의 자존심이 걸린다. 또 이 기회를 통해 일부 선수는 해외 진출 가능성을 열 수도 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홍 감독은 경기 뒤 상대 사령탑과의 기싸움에서도 웃었다. 이날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은 경기 내내 벤치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뒤에는 홍 감독과 악수도 하지 않은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홍 감독은 "친선경기인데 그렇게까지 판정에 대한 불만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요"라며 웃었다. 경기에 임하는 태도부터 결과까지 홍 감독이 모두 웃은 한 판이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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