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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악귀'가 베일을 벗기 전엔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섣부른 이야기까지 나왔다. 김은희 작가에 김태리-오정세의 스타 군단이 포진해있으나, '한국형 오컬트 장르'가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자아냈기 때문. 오컬트 특성상 잘되봤자 소수 마니아들의 사랑만 받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김은희 작가 또한 전작 '지리산'의 흥행실패의 여진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기엔 일렀으며, 대진운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비슷한 시간대 경쟁 파트너가 흥행아이돌 이준호 임윤아의 '킹더랜드'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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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악귀에 의해 거울 속에 갇혀있던 산영은 긴 머리의 악귀와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 그 악귀가 자기 자신임을 깨닫게 된다. 또래들이 직장에 다닐 때, 배달음식을 들고 뛰었고, 우연히 만난 동창의 대리 운전도 해야 했던 산영. 그러나 구질구질한 생활 속에서도 결국 자신을 어둠 속으로 몰아세운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구산영 자신이었던 것. 그리고 "이제는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악귀와의 싸움에서 이겼다. "나무껍질을 벗겨 먹고, 동생을 팔아먹으면서도 나는 살고 싶었다. 이런 내가 살아야 한다"고 절규하던 악귀는 결국 산영에 의해 소멸되고 마는데, 이 과정을 처절하게 표현해낸 '1인2역'의 김태리 열연에 거듭 박수를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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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오정세가 맡은 염해샹 교수는 악귀를 만들어낸 나병희(김해숙 분)의 손자이자 악귀에 희상당한 어머니의 죽음을 추적하며 퇴마에 나서는 역할. 이 과정에서 오정세는 김태리가 자신의 온갖 개인기를 다 발휘하며 마음껏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땅을 고르고 돌을 치운다. 김태리와 함께 악귀를 추적해가면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시에, 김은희 작가의 메시지를 가장 강력하게 전달한다. 부를 위해 악귀를 만든 할머니 나병희의 죄를 씻기 위해 수천억을 사회에 기부하는 염해상. 그리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길 기원할 줄 아는, 이 드라마에서 몇 안되는 진정 어른다운 모습에 시청자들은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이가운데 감정의 기복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일관된 톤이 이렇게 섹시하고, 카리스마가 넘칠 수 있다는 것을 오정세는 완벽 연기로 보여줬다.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를 내세웠는데, 김은희 작가가 정작 그린 것은 공포가 아니다.
'킹덤' '시그널' 등 전작에서 '갓은희'를 외치게 했던 장기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결코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와 파격적인 전개로 가장 대중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천상계' 수준이다.
'악귀'는 극 초반 청소년을 불량 신용자로 만들고, 보이스피싱으로 가뜩이나 없는 사람의 돈을 빼았는 이 사회의 그늘로 시선을 돌린다. 일찍이 한 마을이 다 공범이 되서 먹고 살기 위해 아이를 태자귀로 팔아넘겼던 잔혹사부터 시작해 가정 폭력, 보이스피싱, 불법사채업 등 청춘들의 삶을 조명했다.
'내 안에 있는 나쁜 생각'이 악귀라는 절묘한 설정 속에 우리를 지배하는 그 무엇보다 큰 공포는 바로 어둠 속으로 몰아세우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마지막회에서 결국 그림자에 갇히고 만 산영을 구해낸 것은 "이제는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보겠다"는 생을 향한 의지. "나무껍질을 벗겨 먹고, 동생을 팔아먹으면서도 나는 살고 싶었다. 이런 내가 살아야 한다"고 절규하던 악귀는 산영에 의해 소멸되고 만다. 그러나 산영은 짧으면 1년, 길어야 5년 뒤에 실명이 될 위기지만 악귀 대신 실명을 택하고, 버킷 리스트를 실현해가면서 하루하루를 알차게 빚어간다.
이를 통해 김은희 작가는 "그래도 살아 보자"는 따뜻한 메시지로 그 어느때보다 훈훈한 엔딩을 장식하면서, 공포를 팔아 위로를 선사하는 대단한 필력을 또 다시 입증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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